유 전 부시장 본인 동의가 없어 감찰을 중단했고, 당시 파악된 비위 혐의만으로는 수사 의뢰가 아닌 인사 조치가 적정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모두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들에 비춰봤을 때 불충분하다는 비판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5일 서면 브리핑에서 "감찰은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만 조사가 가능한데 유 전 부시장은 처음에는 일부 개인 사생활 관련 감찰 조사에 응했지만 더이상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감찰이 중단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감찰 조사를 더이상 진행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판단의 결과는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수사를 의뢰할지 해당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 결정 권한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감찰 진행 과정에 대한 윤 수석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위 당사자가 조사받기를 거부한다고 감찰을 중단한다면 거부 안 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며 "심지어 인사 조치를 할 정도의 비위가 파악됐다면 동의 여부를 떠나 감찰을 계속 진행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현재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도 당사자 동의가 없어 감찰을 중단했다면 그 자체로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련의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면 직권남용죄도 성립할 수 있다.
◇ "인사 조치 필요하다고 판단" vs "수사 의뢰했어야"
파악된 비위 내용만으로는 수사 의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따라 인사조치를 한 건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는 취지의 청와대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감찰 당시 특감반이 작성한 유 전 부시장의 감찰보고서에는 그가 기업가들로부터 골프나 식사를 접대받아온 내용이 '스폰'(후원) 관계라는 표현과 함께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감찰보고서에는 유 전 부시장이 접대 대가로 금융기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내용까지 적혀있어 단순한 비위가 아닌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에 해당하는데도 인사 조치만 결정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미완의 감찰만으로도 뇌물 정황이 포착된데다 본인이 더이상 감찰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인사 조치가 아닌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특감반이 못다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합리적인 절차다"라고 말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이 금융위원회에 인사 조치 필요성을 통보하면서 특감반이 파악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청와대 감찰반으로부터 품위 유지와 관련해 (유 전 부시장이) 문제가 있으므로 인사에 참고하라는 통보가 왔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저희한테 연락이 올 때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사가 이뤄졌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금융위에서) 자체적인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금융위가 자체 감찰 없이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수리받는 선에서 사안을 매듭짓고, 더이상의 수사로는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당시 보고라인은 '특감반원→이인걸 전 특감반장→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조국 전 민정수석' 순이었다. 앞서 조 전 수석은 국회 운영위에서 "백원우 비서관에게 금융위에게 통제하라고 제가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조 전 수석의 진술이 향후 수사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 상당 부분이 "특감반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 가능한 내용"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조 전 수석을 상대로 비위 혐의를 알고도 수사 의뢰 없이 인사 조치 선에서 감찰을 중단한 이유와 그 과정에 청탁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수석은 10시간 넘게 이어진 이번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비교적 상세하게 감찰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조사 방침을 정한 검찰은 "구체적 진술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