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선수 30% 이상 '신체·언어폭력' 경험"

인권위 실태조사…"성폭력도 10명 가운데 1명꼴"
"주요 생활공간 어디에서도 폭력을 피할 수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사진=연합뉴스)
대학교 운동선수들이 학생 선수 가운데 각종 폭력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명 가운데 1명꼴로 신체·언어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폭력을 당했다는 선수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102개 대학 7031명의 학생 운동선수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응답률 71%)를 실시해 16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교 운동선수 가운데 33%(1613명)는 구타 등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255명은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조사에 응한 A학생은 "선배에게 라이터, 옷걸이, 전기 파리채로 맞았다"고 증언했다. 신체폭력 가해자로는 주로 선배 선수(72%)가 지목됐으며 코치, 감독 순이었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응답자도 31%(1514명)에 달했다. B학생은 "욕은 항상 먹는 것이고,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가해자가) 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언어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공간으로는 경기장과 숙소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주요 생활공간인 경기장과 숙소 등 어디에서도 피해를 회피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9.6%나 됐다. C학생은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조사 과정에서 털어놨다. 인권위는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에 그치는 경우도 심각했다"며 "여자선수의 경우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남자 선수의 경우 '싫은 내색을 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언어·신체·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대학교 운동선수들의 비중은 초·중·고등학교와 비교했을 때 2~3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성인 대학생들은 이들이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문화체육부, 대한체육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등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해결책을 모색했으며, 조만간 각 대학에 정책 권고 조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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