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사건기록 파기' 공정위 관계자 추가고발

SK케미칼·애경 '무혐의 처분' 근거 된 '기록물 파기·은닉' 혐의
"범죄 증거인 사건기록 파기, 너무나도 심각한 범죄" 수사 촉구

(사진=연합뉴스)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사건 관련 기록을 폐기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1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너나우리',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등 16명은 공정위 관계자 2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SK케미칼·애경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 이후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관련 문건 등을 파기·은닉했다는 이유다. 해당 관계자들에게는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고발은 피해자단체가 지난 6월 공정위가 해당기업들의 '허위광고'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방조했다며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채규하 공정위 사무처장 등 공정위 관계자 16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범인은닉도피·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고발한 데 이은 두 번째다.

피해자들은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해당기업들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문건이 없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또다른 중요한 사안은 공공기록물에 대한 확인인데 확인가능한 기록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는 공정위가 신고를 접수받고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신고와 관련해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어떤 자료들을 확보해 실증책임을 검토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련서류 파기) 사실을 (공정위) 내부에서 TF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인지했다고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은 지난 2011년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을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됐으나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이후 피해자들의 신고로 2016년 재조사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혐의없음'과 다름없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졌다.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는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을 납득할 수 없어 지난 2016년 9월 헌법소원청구를 통해 해당처분 관련자료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회의록 등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건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공정위 관계자들을 1차 고발한 데 대한 고발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도 촉구했다.

이들은 "보호받아야 했던 소비자·국민의 생명은 죽이고, 그 생명의 대가로 대기업과 정치공무원들이 이익보호를 위해 범죄자를 숨겨주고 범죄증거인 사건기록을 파기한 것은 너무나도 심각한 범죄"라며 "이 추가고발로 검찰이 심각한 공무원들의 직무범죄혐의에 대해 적극 수사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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