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1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은 회기결정의 건도 안건인 만큼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회기를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으면 이를 결정하기 위한 회기가 끝나 실익이 없는 만큼 토론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15일 의원들이 연이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기결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회 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국회법상 임시회의 회기는 국회의 의결로 정하도록 돼 있고, 의견이 나눠질 경우 회기에 관한 안건 역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19대 국회인 2013년 9월 2일 본회의에서 당시 통합진보당 소속이던 김미희 의원이 정기국회 회기결정의 건에 대해 토론을 신청했고, 새누리당 소속이던 강창희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했던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의원은 "무제한토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106조2 제1항에 의할 경우 임시국회 회기결정의 건이 무제한토론 대상이 아니라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의된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이 가능하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이 회기결정 건에 대해 '찬성, 반대 토론만 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는데 그 자체가 회기결정의 건이 토론의 대상이 되는 안건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회기결정의 건에 필리버스터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국회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 결정되는 모든 일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회기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금지하는 명시조항은 없지만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토론이 강제로 종결되고 그 대상인 안건을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도록 한 국회법 제106조의2 제8항을 준용해 회기결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회기결정에 대한 무제한토론이 확정되면 해당 회기동안 토론이 이뤄져서 다음 회기에서 표결을 통해 확정하려고 해도 그 회기가 이미 다 지나가서 없어져 버리지 않느냐"며 "회기결정의 건 자체가 필리버스터 대상이라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회기결정의 건을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그 이후에 있을 임시국회 때 마다 무제한토론을 걸 수 있다는 점도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무제한토론이 무제한 반복되게 된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의 근거로 삼은 김미희 전 의원의 사례가 있지만 이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고 찬반토론만 한 것이다. 이에 문 의장도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한 찬반 토론은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운영을 둘러싸고 상충된 의견이 제시될 경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던 국회 사무처도 이번 논쟁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국회법의 다른 조항을 근거로 한국당과 민주당이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둘 다 맞는 주장이기 때문에 둘 다 틀리다는 참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며 "회기에 대한 무제한토론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결국 문 의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국회 운영의 중심 원칙인 교섭단체 간의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하겠지만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오는 17일 시작되는 만큼 금명간 결론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회기결정의 건은 자체 검토 결과 필리버스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 내비치며 빠른 선거법 처리를 여야에 주문했다.
또 과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첫 안건이던 회기결정의 건 처리를 뒤로 미루고 다른 안건을 먼저 처리한 전례가 있는 만큼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더라도 예산안 부수법안 등을 먼저 처리하고 선거법을 상정할 수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합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야를 향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면서도 "문 의장은 선거법 개정을 더 미루는 것은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하면서 동시네 위헌적 요소도 있는 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간의 합의안은 물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칭)이 참여하고 있는 4+1협의체의 합의안이 늦어지더라도 조만간 기존의 선거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