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두 쪽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 비유

교수신문 선정…"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둘 다 죽는 '운명공동체' 의미"

정상옥 전 동방대학원대 총장이 교수신문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휘호했다.(사진=교수신문 제공)
교수들은 올 한해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둘 다 죽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7명(33%)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고 15일 밝혔다.

'불본행집경' 등에 따르면 공명조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운명 공동체'인 두 머리는 결국 모두 죽게 됐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며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 공명지조를 택한 응답자들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왜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하는지 안타깝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공명지조에 이어 올해의 사자성어 2위로는 '어목혼주'(魚目混珠)가 꼽혔다. 물고기의 눈(어목)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어 분간하기 힘든 상황을 나타낸다. 이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대 현대철학과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워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정된 사자성어는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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