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언 "저는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노컷 인터뷰] 영화 '아내를 죽였다' 채정호 역 배우 이시언 ②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아내를 죽였다' 채정호 역 배우 이시언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사진=KTH 제공)
이시언은 지난 2016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무지개 회원으로 합류했다. 햇수로 벌써 4년차다. 고정 멤버가 되면서 더 널리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2017년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신인상, 지난해 같은 시상식 남자 최우수상을 받으며 '대세 예능인'으로서도 자리를 굳혔다.

길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 때도 '나 혼자 산다' 언급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나 혼자 산다'는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이렇게 배우로서 인터뷰하는 자리도 마련된 것 같다고 밝혔다.

더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위치가 되는 게, 언제나 기쁘고 반가운 일만 뒤따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댓글도 많아졌고, 악성 댓글 수도 늘었다. 예능으로 친근한 이미지가 생기다 보니 그걸 빌미로 무례하게 구는 이들도 등장했다. 악성 댓글 때문에 집 밖으로도 잘 안 나가게 됐다는 그는 예전보다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러워진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어떤 작품과 배역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나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은 그대로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는 잘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이시언을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나 혼자 산다' 출연 후 달라진 것들

이시언은 2016년 9월 박나래와 함께 새로운 무지개 회원으로 '나 혼자 산다'에 들어왔다. '나 혼자 산다'는 지금의 이시언이 있게 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시언은 "(저를 보면) '이시언'이라고 하시는데, 모르는 분이 계시더라도 '몰라? 나 혼자 산다 이시언이잖아'라고 하신다"라며 "'나 혼자 산다'는 저한테 굉장히 고마운 프로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인터뷰할 수 있는 것도 '나 혼자 산다' 덕분인 것 같다. 그게 없었으면 이렇게 많이 안 오셨을 것 같다. 아무도 안 오셨을 수도 있다"라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첫 주연작 개봉을 앞두고 '나 혼자 산다' 멤버들에게 응원을 받았냐는 질문에 이시언은 "아니다. 응원 같은 건 (서로) 잘 안 한다, 솔직하게"라며 평소에는 '실없는 얘기'만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한 시점이 개봉 전이었기에, 이시언은 멤버들이 영화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나 혼자 산다'로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며 팬도 많이 생겼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도 마주하고 있다. 이시언은 기사도 댓글도 다 본다며 "저는 안 그럴 줄 알았다. (악플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받아보니까 너무너무 힘들었다. 진짜 집에만 있게 된다. 저는 그런 성격 아니고, 멘탈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악플 안 보면)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저를) 욕하는 것 같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하지만…"이라고 밝혔다.

이시언은 지난 2016년 9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해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사진=MBC 제공)
이어, "어떻게 사냐고 물어보시면 할 말이 없다. 안 나가는 수밖에 없다"라는 이시언은 최근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동네를 걸어가는데 누군가 "이시언!"하고 불러서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같은 아파트 주민이 대뜸 왜 인사를 안 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서 요새는 집에 자주 있다고 한다.

이시언은 "좋은 얘기해 주시면 감사하다. '팬입니다'라는 말도 굉장히 힘이 된다, 사실. 드라마 잘 봤다거나 저에 대한 애정표현, 팬심을 보여주시면 굉장히 좋다. 사실 아까 그분도 팬일 수 있다. 표현법이 달라서 그렇지. 그냥 제가 너무 당황스러운데 어떻게 무슨 말을 해도 여기서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냥 인사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분 입장에선 제가 실수한 거니까"라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는 누군가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있을 거라고 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이시언은 "사실 을인 것 같다. 저 빼고는 최고의 사람들이지 않나. 그것도 굉장히 잘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이다. 그들과 방송할 수 있으니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이라고 답했다.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도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누가 받아도 행복하지만 그럴 거면 박나래 씨가 받으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 이시언이 상상하는 '잘됐을 때'의 모습

이시언은 서울예대에 입학하던 스물네 살 때 서울로 왔다. '나는 무조건 잘할 거야.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자기가 하는 일을 두고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잘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어디까지 상상해 봤을까. 이시언은 "소감 정도? 아직 연기로 상을 받은 적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저는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저 스스로 흔들려버리면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서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요. 내가 연기를 잘한다, 내가 잘났다 이게 아니라 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 평가는 어쩔 수 없지만, 저 스스로는 항상 갖고 있어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시언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지만 저는 그때그때 유연하게 잘 대응하는 편인 것 같다. 그게 제일 큰 장점인 것 같다. 예전엔 그러지 못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는데, 제가 너무 부족해서 준비한 것 외에는 못하더라"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시언은 영화 '깡철이'(2013)에서 유아인과 함께 연기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아인 씨가 되게 라이브하다. 그때그때 (대사를) 툭툭 잘 쳐서 한두 번 해 보니까 그게 더 저한테 잘 맞는 느낌이더라. 부담도 훨씬 적어졌다. 내가 준비가 됐나 안 됐나 하는 의심도 줄고. 결국 맞냐 안 맞냐는 감독님이 정답을 내려주신다고 생각했다. '깡철이' 이후로 불안함도 많이 사라지고 훨씬 더 라이브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위쪽부터 영화 '아내를 죽였다' 채정호, '자전차왕 엄복동' 이홍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기태, '깡철이' 종수 역을 연기한 이시언 (사진=각 제작사 제공)
그러면서 "준비를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준비 안 하고 연기하는 사람은 제가 볼 때 한 명도 없다. 아인 씨랑 연기 얘기 많이 했는데, 경력도 오래된 친구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연기에도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오고.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그때 아인 씨가 했던 얘기를 마음을 닫고 듣지 않았다면 또 달라졌을 수도 있다. 호흡과 톤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 줬고, 제가 부담 느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부담 줄이는 방법은 이런 게 있지만 형이 하고 싶으면 해'라고 해 줬다"라고 부연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 때 만난 현빈, 김민준, 서도영에게도 조언을 들었다. '주인공으로 데뷔했어도 그다음엔 주인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던 걸 여전히 기억한다. 이시언은 "(그래도) 거기에 대해 네가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무너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셨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무너지지 말고 잘할 생각을 하라고"라고 말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만난 정지훈(비)도 든든한 조언자 중 한 명이다. 이시언은 '아내를 죽였다' 가편집본이 나왔을 때도, 예고편이 나왔을 때도 가장 먼저 정지훈에게 소식을 알렸다. 이시언은 "조언을 많이 해 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다. 쓴소리를 잘 안 한다. 작품에 대해서는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준다"라고 밝혔다.

쓴소리를 해 주는 사람은 '응답하라 1997'로 만난 서인국이라고. 이시언은 "옛날에는 인국 씨가 많이, 정말 뼈 때리는 그런 말을 했다. '형, 왜 이래? 힘내. 잘될 거 알면서 왜 그래' 하면서 일에 대한 의심을 싹 없애줬다. 사실 자신감이 있어도 사람이 언젠가 한 번쯤은 흔들리지 않나. 힘들고 내가 잘못했나 하고 생각할 때 (인국 씨가) '형, 잘하지. 형, 최고지. 무조건 잘될 거야'라는 얘기를 많이 해 줬다"라고 전했다.

◇ 꼭 해 보고 싶은 건 로맨틱코미디

영화 '아내를 죽였다'와 드라마 '간택-여인들의 전쟁' 첫 방송이 모두 이번주에 예정돼 있었다. 어떤 게 더 잘됐으면 좋겠냐는 짓궂은 질문에 그는 "어후~ 짓궂으시다"라며 "'간택'은 제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저는 '아내를 죽였다'가 조금 더 잘됐으면 좋겠다. 죄송하다.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영화 제작할 때부터 막 큰 흥행을 기대하고 한 건 아니고, 감독님도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한 거다. 흥행 성공, 실패에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그래도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내년 초까지는 '간택' 촬영과 방송으로 바쁠 것 같다는 이시언. 하지만 내년 계획을 뚜렷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는 여전히 '선택받는' 입장이었기에. 이시언은 "저도 모른다, 내년 계획은. 저는 사실 선택을 하지 않는다. 대본이 막 쌓여서 이거 할 거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미팅을 통해서 감독님 결정을 기다린다. 간택 당하는 입장이지 간택한 적이 없다. 그래서 계획을 물어보시면 정확히 답을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이시언 (사진=KTH 제공)
'아내를 죽였다'로 그동안 자주 선보이지는 않았던 '그늘'을 표현한 이시언. 또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을까. 이시언은 "예전에는 있었다. 말은 다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이것도 감독님들이 그런(새로운) 역할을 주시기에는 도박이지 않나. (배우 입장에선)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저는 사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커플이 성사된 적이 잘 없어요. 항상 짝사랑만 하고. 여자 배우랑 대사를 맞춰본 적이 별로 없어요. 여자인 사람 친구가 나와도 2~3회 나왔다가 빠지고. 남자 배우들과 (연기하는 게) 훨씬 많았어요. 로코 이런 거 해 보고 싶어요. (웃음) 그런 것도 해 보고 싶은데 약간 외모가 떨어지기 때문에… (취재진 :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이런 얘기 들으려고 미끼를 던진 것 같아요. (일동 폭소) 기사 보시는 분들 전화 주세요. (일동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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