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하철 역사 공간에 입점했던 상가들은 문을 닫기 일쑤이고 장사가 되지 않아 입점상인들이 떠나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손바뀜'현상도 잦다. 그래서 시청역과 충정로 등 시내 주요 지하철역사에는 유난히 빈 공간들이 많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쳘역사 공간이 단순히 지하철을 타고 내리기 위한 매개공간으로만 효용을 갖는 이유를 '한시 바삐 벗어나고자 하는 승객들'이란 컨셉으로 설명한다.
지하철역사가 아무리 깨끗하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도 정작 이곳을 매일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스쳐가는 공간 정도로 생각하지, 결코 거기에 머물면서 뭔가를 하고 사고 즐길 공간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지하철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청역사는 1호선과 2호선이 환승하는 역인데다 환승동선을 따라 또는 서울광장 지하 시청역~을지로입구 연결통로까지 여유공간이 넘쳐 나지만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주변에 있는 입점상가에서 거의 구매행위를 하지 않는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은 환승역이 아니지만 지하철 승강장 바로 위층(지하1층)의 공간이 다른 역과 비교해 매우 넓은 편이다. 이곳은 역사가 들어선 이후 의류상가나 식음료가게 등으로 계속 리모델링을 반복했지만 결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사례.
하지만, 서울메트로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지하를 재창조하디시피 하면서 올해 들어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목교역사 지하1층의 판매시설(상가) 정 중앙에 1백여평은 돼보이는 시민휴식공간을 설치하고 이곳에 스터디룸과 안락한 쇼파, 테이블을 배치하고 계단식 데크까지 만들어서 시민 누구나 간편한 사무 업무를 보거나 쉬어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심 모(양천구 신정동)씨는 "5호선을 타기 위해 오목교역을 자주 이용하는데, 올해들어 역사가 마치 카페처럼 바뀌어 놀랐다"며 "간혹 급한 용무가 생길 때는 역사내에 설치된 테이블이나 스터디룸에서 사무업무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김 모(양천구 목동)씨는 "신정동 원룸에 거주하면서 오목교역사를 처음 이용해봤다"면서 "역사 내부가 말끔하게 리모델링 돼서 깨끗하고 쾌적할 뿐아니라 읽을거리와 와이파이, 스터디룸 같은 편의시설에 화장실까지 있어 작은 공공도서관 처럼 편리하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퓨처 스테이션(Future Station)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서울시내 330여개 전체 역사를 보다 시민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에 착수했다. 그 첫번째 사업으로 '2호선 종합운동장역' '7호선 청담역'에 힐링과 판매, 커뮤니티 중심 기능을 넣어 재구성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김태호 서울메트로 대표는 "지하철역사 공간의 공실이 생겨도 임대료를 낮춰서 빵집을 유치하거나 하지 않고, 상가를 줄이더라도 현재의 트렌드에 맞는 방향으로 지하공간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역에 지하 독서실과 코인세탁, 헬스클럽, 카페 등 시민편의시설을 설치해 리모델링한 반포역과 오목교역이 상업기능 중심이라면, 청담역과 종합운동장역은 역사 시스템에 디지털(IoT, O2O, AR등)기술을 도입해 고객체감형 시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청담역과 종합운동장역에는 O2O키오스크와 메트로도서관, 스마트라운지, 스마트 맘스카페 등의 시설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오목교역사를 이용한 시민수는 2018년말 기준 5만700명/1일평균 → 5만1020명으로 늘어났다. 미미한 증가지만, 공공카페를 이용한 시민들이 대부분 지하철 이용승객과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변화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물리적 연결을 넘어 디지털기술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고 빅데이터와 연동된 고객맞춤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찾아와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이 사업 추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