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중된 수출품목, 높은 국제분업 의존도…韓·유럽 '닮은 꼴'

한은 해외경제포커스 "주력품목 다양화, 업스트림 부문 강화해야"

유럽 역시 우리나라처럼 수출 부진을 겪고 있으며, 두 지역은 공통적으로 수출 주력품목이 편중된 데다 국제분업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주력품 다양화, 고부가가치 부문으로의 국제분업 참여구조 개선이 요구됐다.

15일 한국은행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이굳건 과장 등이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한 '최근 유로지역 수출 부진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유로지역(유로화 통용국 19개국)의 역외수출 증가율은 2018년 이후 둔화됐다. 이 기간 전세계 평균은 물론 북미나 아시아에 비해서도 부진한 양상이다.

수출품목의 비중은 자동차(11.4%), 전기·전자(10.7%), 의약품(7.6%) 등이 높았다. 최대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2010년 이후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다 2017년부터 줄어들었다. 자동차 수출은 최근에도 부진한 상태다.

가공단계별로 구분하면 중간재 수출 비중 40%대 후반을 유지하면서, 자본재와 소비재의 20%대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유로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GVC) 참여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유로지역의 수출둔화 원인을 전세계 교역을 둔화시키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브렉시트 등 인접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뿐 아니라 높은 GVC 참여, 자동차 수출여건 악화에서 찾았다.

2018년 기준 유로지역의 역외 GVC 참여도는 57.3%로 일본(47.7%), 중국(45.6%), 미국(45.3%)을 웃돌았다. 이는 미중분쟁이나 브렉시트 등 대외충격의 유로지역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뜻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특히 유로지역의 GVC 참여도는 전방보다 후방 GVC 참여도가 높은 다운스트림(downstream)에 위치하고 있는 점도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가치사슬 단계는 기획·R&D·원자재·부품 등의 생산 단계를 뜻하는 업스트림(upstream)과 최종재의 생산·유통·판매 등 단계를 의미하는 다운스트림으로 구분된다.

유로지역의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 부진을 주도한 것도 확인됐다. 자동차 수출의 총수출에 대한 기여도는 2018년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대상국별로는 주요 자동차 수출시장인 영국·중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했는데, 각각 브렉시트와 미중분쟁의 당사자들이다.

또 EU의 배출가스 규제 도입, SUV 선호가 강화되고 있는 미국 자동차시장 환경 변화 등도 유로지역의 자동차 수출여건 악화를 야기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유로지역의 수출회복 여부는 직접적인 무역연관성 측면 뿐만 아니라, 높은 GVC 참여도 및 주력수출품 집중도 등 수출구조의 유사성 측면에서도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로지역처럼 GVC 참여도가 높고 가치사슬 단계에서 다운스트림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주력 수출품목을 다양화하는 한편, 부가가치가 높은 업스트림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분업체계 변화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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