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의약품 도매업체 Y사 대표 이모(40)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2017년 7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백신 조달 사업 입찰이 공고되자 다른 도매업체 3곳을 들러리로 세워 2억8천여만원짜리 사업을 따냈다.
Y사는 공고에 나온 기초금액과 같은 액수를, 다른 업체 2곳은 각각 1.948%, 1.993% 비싼 금액을 제시했다. 또 다른 업체는 기초금액 대비 80%에 해당하는 액수를 적어냈다가 하한 미달로 떨어졌다.
Y사는 이런 방식으로 2015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폐렴구균 등 백신 7종을 101억9천여만원에 납품했다.
반대로 Y사가 들러리를 서고 다른 도매업체를 밀어준 백신 납품 사업은 총 11종, 공급 규모는 1천748억원에 달한다. 일본뇌염과 노인용 인플루엔자, 결핵용 백신 등이다.
물량 공급의 키를 쥔 백신 제조·수입업체에는 정기적으로 뒷돈을 상납했다. 이씨는 한국백신 마케팅부 본부장 안모(51)씨에게 "거래처 지정과 단가 책정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3억1천9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부인 명의 계좌로 86차례에 걸쳐 2억7천100여만원의 뒷돈을 챙겼다. 카드도 받아 4천700여만원을 긁었고 3년간 리스차량도 받아 타고 다녔다. 또 다른 도매업체 2곳도 안씨에게 모두 7천만원을 건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지난 9일 이씨를 입찰방해 등 혐의로, 안씨는 배임수재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같은 날 한국백신 대표이사 최모(61)씨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최씨는 2017년 결핵 예방에 쓰이는 고가의 경피용(도장형) BCG 백신을 많이 팔려고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피내용(주사형) BCG 백신 공급물량을 고의로 줄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최 대표가 주력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판매가 급감하자 정부에 공급할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을 취소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피용은 피내용보다 30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당시 한국백신의 물량조절로 고가의 백신을 지원하느라 14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