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 (이번 앨범의 출발점은 3년 전 한강 산책길이었다고.)
"3년 전,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인 아침 6시쯤에 반려견인 '두유'와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당시 동쪽에는 해가 완전히 떠 있었고 서쪽은 깜깜했는데 그 중간에서 사색에 잠겨 '내 인생은 어디까지 와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이런 테마로 앨범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힌트를 얻어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이른 새벽부터 시간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12곡이 담긴 앨범이 완성됐고요. 반려견과 살다보면 하루에 3번 정도는 산책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환기도 되고 영감을 얻기도 하는 편이에요"
#'6kg' (이전보다 야윈 모습이 눈에 띄었던 크러쉬.)
"온전한 상태로 음악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많은 부담감과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작업하다 보면 살도 빠지고요. 최근엔 6kg 정도가 빠졌는데 앨범이 나온 뒤 마음 편히 음식을 먹으며 지내다 보면 살이 다시 붙지 않을까 싶어요. (미소)
#'공황장애' (2년 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동안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어요. 제가 소모품처럼 느껴졌던 시기이기도 했죠. 지금은 많이 극복했고 이겨낸 상태에요. 평소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인데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번 트랙 '클로스'(Cloth)가 힘든 시기를 겪었을 당시 쓴 일기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에요"
"3년 전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8~90년대 음악들, 7~80년대 재즈 음악들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됐어요. 당시 뮤지션들은 어떤 악기를 썼고, 어떤 방식으로 녹음했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실험적으로 편곡한 노래들이 많아요. 오래된 악기들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도 했고요. 신중현 선생님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시대를 골라서 산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씀에 동의해요. 유튜브를 통해 옛날 감성의 음악들과 문화를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싸이' (크러쉬는 지난 7월 싸이가 설립한 기획사 '피네이션'에 새 둥지를 틀었다.)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조언해주셨어요.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이해도가 높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회사를 옮긴 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어요. 정규 앨범을 완성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진 덕분에 이번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얼' (도움을 준 숨은 조력자.)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나얼 형님 작업실에 찾아가기도 했는데 음악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90년대 음악을 오마주 한 트랙을 작업 중이라고 하니, 누구누구 아냐고 물으시면서 몰랐던 음악들을 많이 들려주시기도 했고요. 저에겐 좋은 수업 시간이었죠. (미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얼 형님과 같이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네요"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하시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노림수를 가지고 음악을 하진 않고 있어요. 그렇게 음악을 하다 보면 뮤지션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음악들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있는 앨범을 만들어봤는데,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건강' (건강하게 오래 음악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어떤 목표나 방향성을 가지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다음엔 또 어떤 형들과 작업을 하게 될까' 하면서 쌈디, 그레이, 로꼬, 쌈디, 다이나믹듀오 형들과 만났고, 그렇게 하나하나씩 계단을 오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그렇게 너무 달리기만 하다 보니 2년 전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 '내 인생은 어디까지 와있는가'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정답은 못 찾았어요. 여전히 음악적으로, 삶 적으로 방황하고 있죠. 그래도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 음악을 하는 거예요"
(사진=피네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