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00명 목줄 쥔 檢, 직접 민원 적절했나

검찰, 4+1 수사권 조정안 반하는 수정안 '발의 시도'
전문가들 "개입 부적절…순수성·정치 중립성 의심 돼"
인사청문회서 "개입 안 해" 밝힌 윤석열, 입장 뒤집었나

(사진=윤창원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이 일부 야당 의원을 접촉해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수정안' 발의를 청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수정안 추진' 정황을 둘러싸고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정부 기관인 검찰이 우회적으로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국회의원 100명이 연루된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를 수사 중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행보를 사실상의 '입법 압박'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검찰은 일부 야당 의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수정안 발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검찰청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보완 필요사항'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 및 수사 종결 여부 협의 의무화 ▲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 제도화 ▲ 특정분야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기존 수사권 조정안의 내용보다 검찰의 권한을 확대하자는 게 골자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수차례의 여야 협의를 거쳐 마련된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의 이런 행보가 단순한 견해 표명 정도를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3권 분립의 원칙을 넘어 입법부인 국회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취지의 날선 지적도 제기됐다.

법무검찰개혁위원인 이탄희 변호사(전 판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수사를 하는 현직 검사를 로비스트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의정 활동을 하려면 정정당당하게 검사직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고 법무부의 외청이다. 검찰 입장은 법무부를 통해서 전달하는 게 맞다"며 "독자적으로 국회 로비를 해 수정안 발의를 시도한 것은 대통령제 공직기강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 등) 국회에 민감한 사안을 검찰이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의원들도 검찰 측 제안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수정안 추진 행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 번복'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안과 관련해 "국회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이는 국회의 '검찰 개혁' 논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실제로 당시 검찰은 국회의원에 대한 법안 설득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상황이 반전되면서 결국 윤 총장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성신여대 이성기 교수는 "윤 총장 스스로 '국회에서 부르지 않으면 검찰 개혁안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잖느냐"며 "현재 검찰의 민원성 로비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더군다나 검찰은 청와대, 여·야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견 제시는) 압력이나 협박으로 볼 수 있다"며 "논의 막판에서 (법안 수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순수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의 입법 관련 의견 제시를 통상적인 행태로 바라보는 시각도 일각에 존재한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검찰이 국회에 수정안 발의를 요청한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검찰뿐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하는 방식"이라면서 "방법론적 비판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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