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위에 따르면 정책협의체는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내년도 실손보험료에는 실손보험금 감소효과(반사이익) 추산치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추계방법 개선을 거쳐 내년 중 반사이익을 재산출해 2021년 실손보험료 조정 등을 검토키로 했다.
이번에 추산된 실손보험금 지급감소분에서 자료표집 시점과 정책시행 시점간 괴리 등 오류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2년간 누적된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6.86%로 추산됐다. 그런데 지난해 1차 반사이익 산출(6.15%) 이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 항목만 따진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0.60%에 그쳤다.
반사이익 추산을 실시한 연구자는 이와 관련해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뤄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고 밝혔다.
뇌혈관 MRI 이용은 실제 의료이용 양상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 실제보다 과소 표집됐을 가능성이 있어, 급여화 효과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정책협의체 위원들은 자료의 대표성 등에 한계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에 이번 추산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에 연구방법을 정교화해 반사이익을 다시 추산한 뒤 2021년 실손보험료 조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책협의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1년간의 실손보험금 감소효과를 6.15%로 추산하고, 손보업계에 올해 실손보험료에 대해 그만큼의 인하를 권고한 바 있다.
정책협의체의 결정에 따라 내년도 실손보험료는 인상·인하는 전적으로 업계 자율에 맡겨진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손해율 급등을 이유로 최소 20% 인상 등이 거론돼왔다는 점에서 보험가입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입자가 이미 3800만명이 넘는 등 실손보험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높은 손해율을 몽땅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게 타당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 스스로 리스크 통제장치 마련 등 구조개선과 자구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한 자기책임도 감안해 보험료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과잉진료·의료쇼핑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년 중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등 실손보험 체계를 개선키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경우 손해율 상승과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이 심화돼 결국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추진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