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정화비용 1100억원 떠안은 정부…"협상 잘못해"

4개 미군기지 정화 비용, 결론 못 내리고 우리가 일단 부담
인천 '캠프 마켓' 다이옥신 검출, 나머지에서도 유류·중금속 오염 확인
정부는 "협의를 조건으로 합의했다"지만 환경단체는 "국민 속였다"
용산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협상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
정부 관계자 "미 측, 호의적이지 않았다가 동의했다는 진전은 있어"

국무조정실 임찬우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주한미군기지 반환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1일 정부가 원주,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곳의 미군기지를 돌려받았지만, 이 기지들의 오염 정화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약 11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기지들의 오염 정화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 미국과 합의하지 못했고, 이를 일단 우리가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 임찬우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후 2시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한미 양측은 오염 정화 책임과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강화 방안,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에 대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명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반환된 미군기지는 원주에 있는 '캠프 롱'과 '캠프 이글', 인천 부평구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 사격장까지 4곳이다.

해당 기지들에서는 이미 환경 오염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캠프 마켓 기지에서는 이미 다이옥신이 검출됐고, 나머지 기지들에서도 유류 오염이나 탄약 등에 의한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임 단장은 "우리 측은 이번 합동위원회에서 앞으로 미 측과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으로 기지들의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며 "앞으로 미 측과 협의를 계속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즉, 계속 협의를 한다는 것이 조건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통해 정화 비용의 부담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오염정화 책임이나 현재 사용 중에 있는 기지 환경관리강화 방안, 그리고 SOFA 관련 문서 개정까지 포함해서 추가적으로 계속 협의하겠다는 조건이 이번에는 분명히 포함돼 있어 기존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미 측은 협의 과정에서 이 기지들에 계속 군인들이 주둔해 왔기 때문에 자국의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기준인 'KISE(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 측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영향이 존재한다는 입장이어서 차이가 컸다.

임 단장은 "이 기지들은 2010년과 2011년부터 SOFA 반환 절차를 진행했지만 오염 정화 기준과 책임에 대해 미국 측과 이견이 있어 반환이 지연돼 왔다"며 "지연에 따른 오염 확산 가능성과 개발 계획 차질로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들어왔고, 지난 8월 30일 정부가 조기 반환 추진을 발표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미군이 이같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이번 합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치 기지 반환 이후에 개선 방향 논의가 이루어질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정부는 환경관리 강화 방안, SOFA 개정 등 그 어떤 것도 미 측에 받아내지 못하고 오염덩어리 기지만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차 미군기지 반환 때의 협상 실패로 수천억원의 혈세가 들어갔는데, 미군은 다이옥신이 검출돼도 KISE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오염 정화를 거부했다"며 "기지 반환 이후 미 측과 협상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착각이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 배제선 자연생태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지를 반환받으면 이미 협상은 종료된 것이고,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어떤 식으로 합의됐는지 공개되지도 않는 상황에, 미군이 이미 돌려받은 땅의 오염 정화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는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 정화 비용 부담 관련 협상이다. 이같은 상황이 나중에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관건은 미 측의 태도 변화 여부인데, 주한미군은 11일 낸 보도자료에서 오염 정화 관련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단, 정부 관계자는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유류 오염은 지하수 오염으로 연결되고, 중금속은 토양 오염과 비산으로 연결된다"며 "치유 필요성은 확실히 있고, 그 전제하에서 협의는 계속하자는 결론을 끌어냈다. 미 측에서도 (처음에는) 호의적이지 않다가 그 부분은 동의하고 나왔다는 진전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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