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지난 6일 서울대 강연에서 "(청년수당을) 생활비로 써버리거나 밥 사먹는 데 쓰거나 하는데 그것은 있으나마나 한 복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쓰고 없어지는 복지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이는 맞춤형 청년 복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수당은 아르바이트에 치여 허덕이느라 취업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숨쉴 수 있는 창문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먼저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황 대표의 발언을 두고 '청년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은 "생활비는 놀고 먹는 비용이 아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청년수당을 생활비에 썼다고 있으나마나 한 복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년수당을 선심성 복지라고 비판하는데 '선심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취업이 안 되는 건 개인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 탓이다. 정부가 여러 방향으로 지원하고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청년수당이 '선심성 복지'로 치부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청년들의 분노가 엿보인다. 청년수당을 받고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li****)은 "오늘, 내일 굶다 보면 그 다음날이 없는데 청년수당을 무슨 미래를 위해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매 끼니를 걱정하는 청년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mi****)은 "청년수당이 식비로, 생활비로 많이 사용되었다면 그게 바로 청년의 빈곤을 뜻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청년수당을 어디에 썼는지 따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청년수당을 실업급여에 비유했다. 그는 "구직활동을 전제로 받는 실업급여는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아무도 따져 묻지 않는다.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청년수당도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 청년수당 신청자들은 가구소득 150%의 미취업 청년들이고, 서류 과정에서 구직을 위한 계획 등을 상세히 적어내야 한다. 제도의 설계 동기가 비슷한데 청년들에게는 왜 그 용도를 묻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청년수당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청년수당 참여자 중 약 절반(47.1%)이 사회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취업자 중 70% 이상이 정규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았다. 정부가 매년 1조 이상 예산을 써도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않는데, 청년 한 명당 총 300만원(한 달에 50만원씩 6개월 간 지급)을 주고 이 정도 결과를 낸 거면 엄청난 효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서강대 이현우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청년수당 참여자를 면접·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년수당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지출 항목은 생활비(식비·교통비·통신비·공과금·주거비 등)가 41.4%로 가장 높았고, 취업과 관련된 직접비용(학원비·취업 상담비·교재비 등)이 36.9%, 구직 관련 비용(사진 촬영비·응시료·면접 관련 숙박비·교통비 등)이 11.2%, 간접비용(모임·공동 활동 비용)이 8.1%였다.
참여자들은 청년수당의 효과로 '시간'을 꼽았다. 수당 덕분에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그 시간을 구직활동에 썼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청년수당이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청년수당 수급자를 현재 연 7,000명에서 향후 3년간 총 10만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에게만 수혜가 집중된다며 선심성 복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