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으로 판 깨진 예산협상…진짜 이유는?

최종 예산삭감액 1.2조→1.6조로 합의 이뤘지만 삭감 항목 놓고 불발
민주 "지연 전술" vs 한국 "숫자 맞추기"...근본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불신 탓

지난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 상정에 반발하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옆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을 뺀 채 내년도 예산안이 10일 통과된 가운데 여야는 협상 결렬 이유를 놓고 네 탓 공방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10일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최후 협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1조 6000억원으로 삭감 규모를 확정하는 듯 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513조 5천억 중에서 기존 삭감액이었던 1조 2000억을 1조 6000억원으로 늘리면서 생긴 추가 삭감분인 4000억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


이를 놓고 민주당은 "한국당의 지연 전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숫자 맞추기"라는 입장이다.

당초 남북경협과 일자리 예산 등에서 1000억씩 삭감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한국당이 총액 증감분에 대한 세부 심의를 고집하자 민주당은 이를 지연 전술로 판단하고 예산안 강행 처리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날이었던 전날 예산안을 꼭 통과시킨 뒤 임시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도 진행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또 예산안이 늦춰지면 이후 의사일정까지 지연되는 데 대한 불안감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이 상정되자 '날치기' 피켓을 들고 반발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1일 "시간을 단축시켜야 할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작은 항목 하나를 건드려도 5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경협에서 좀 줄이고, 일자리 예산도 좀 줄이고, 4개 항목에서 1000억씩 줄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에서 (기획재정부에) 맡기지 못하겠고 모든 걸 심사하겠다는 건 처리하지 않겠다는 지연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기재부에서 삭감을 하는 항목을 정하겠다는 것은 결국 예비비를 삭감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류상으로 숫자만 맞추겠다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예비비는 바로 집행되는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삭감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산안 수정안 증·감액 목록 공개 여부도 발목을 잡았다.

김 위원장은 "나머지 무엇을 증액시켰는지 보자고 했는데 끝내 목록조차 못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명백한 예산안 처리 지연 전술이라 판단해 오후 7시에 제출한 것"이라며 "삭감 총액을 1조6000억원으로 의견을 모은 다음 또 자기들끼리 확인하러 갔다. 그 뒤 개별 사안에 대해 무엇이 증·감액됐는지 확인해야겠다고 하면 물리적으로 어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지 않았다"고 되받아쳤다.

또 "(4천억 삭감 합의에 대한) 아이디어는 하나 있었다"며 "그런데 한국당에서 슬그머니 브레이크 왔고 제가 우두커니 기다리다 강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서로에게 갖는 불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산안 협상은 본게임인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의 전초전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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