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아프간전 관련자 400여명에 대한 정부의 면담록과 자체 인터뷰를 통해 확보한 증언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면담록은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던 것을 이 매체가 3년여의 법정공방을 통해 얻어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우선 면담록에 따르면, 조지 부시 시대를 거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까지 백악관에서 일했던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소속 제프리 에거스는 "아프간에서 우리(미국)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생각하면 (사살돼 수장된) 오사마 빈라덴은 물속 무덤에서 아마 웃고 있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돼 있다.
미국이 지난 18년간 진행돼 온 아프간전에 사용한 비용과 관련해서는 뉴욕타임스는 최소 2조 달러(약 2383조 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이날 내놓았다.
면담록에서는 미 정부가 고의로 아프간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오도했다는 증언도 들어있다.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데이터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고쳐졌다"면서 미국이 제대로 하는 것처럼 설문조사가 왜곡된 방식으로 동원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간전에서의 미군 희생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의회 간 관료주의 탓일 수 있다고도 했다.
면담을 진행한 미 연방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의 존 솝코는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속고 있었다는 것을 이 문서들이 보여준다고 WP에 인정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알카에다를 뿌리 뽑겠다며 아프간전에 뛰어든 뒤 가장 긴 전쟁을 수행해 오면서 2300명의 군인 목숨을 잃고, 20만589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지난 2016년 8월 이번에 공개한 기밀문서들을 요청했으나 SIGAR는 대중이 봐야 할 내용이 아니라며 거부했고 WP는 두 차례 소송을 진행했다.
SIGAR는 결국 428명의 면담 내용을 포함한 2천쪽 이상의 문서를 내놨으나 면담에 응한 62명의 이름만 공개하고 366명의 이름은 지운 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여기에 33명의 신원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보도 이후 아프간 종전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아프간을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1만3000명 규모의 주둔 병력을 8600명 선으로 줄이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7일 아프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공식 재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