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대신 '종이쿠폰'…노동착취 당한 외국인노동자들

9시간 일하고 받은 돈은 '딱지'
2년간 계속…수억원대 임금체불

경북 영천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2년 간 임금체불을 일삼아 왔다는 파견용역자가 지급한 종이돈.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제공)
"임금을 쿠폰으로 준 거에요. 이른바 종이돈, 딱지라고 해요. 밥값도 없고 월세도 못낼 지경에 다다른 노동자들이 사정하면 그나마 몇 십만원 손에 쥐어주고…협박을 하면서 신고를 못하게 만들었구요"

경북 영천, 농촌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상당수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자들은 매일 하루 9시간 이상씩 양파밭, 마늘밭 등에서 일하고도 돌아오는 건 가짜 돈인 '종이쿠폰' 뿐이었다고 한다.

10일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천에서 발생한 외국인노동자 노동 착취 사건을 지적했다.

사건은 이 지역에 사는 A씨를 중심으로 2년간 계속돼 왔다.

A씨는 한국인과 결혼해 지역에 정착한 베트남 여성 B씨를 통해 일할 의사가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모집했고 이들을 영천 지역 농사 현장에 보냈다.

10일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가 영천의 한 파격용역자의 대규모 임금체불을 지적하며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제공)
파견용역 업체 역할을 자초한 A씨는 농장주로부터 노동의 대가를 받는 대로 모두 자신이 가로채갔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어, 한국 법규를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돈 대신 종이 쿠폰을 임금 명목으로 지급하며 나중에 환전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속였다.

자신이 알선해 준 외국인노동자 대부분이 가족 초청 비자로 입국해 근로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빌미로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만약 신고를 하면 노동자들 역시 곤란해질 것이란 점을 노렸고 결국 외국인노동자들은 임금을 못받고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만 200여 명. 임금체불 규모는 약 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대회의는 "이주 노동자들은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체류할 수 없는데 생존을 위한 노동을 제도상 불허함으로써 부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악용해 체불을 악질적으로 일삼는 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A씨에 대한 고발장을 대구노동청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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