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변수로 예상됐던 황심(黃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초재선 의원의 표심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의 친정체제에 대한 '브레이크'가 일단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 표심 '개혁'보다는 '투쟁' 방점
심재철 원내대표의 당선 배경과 관련, 당내에선 '개혁' 보다는 '투쟁'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당장 급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 있어 확실한 대여 투쟁을 할 만한 인물에 표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자, 당내 '전략가'로 불리는 김재원 의원과 손을 잡은 것도 주효했다. 김 의원은 전날(9일)까지도 범여권(4+1)의 예산안 논의를 향해 '공무원 고발'을 경고하는 등 대여 공세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번 선거는 후보 4명이 출전하며 조별로 계파가 분산돼 '대세론'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정견 발표를 듣고 마음을 정한 '현장 표심'도 자리했다. 한 재선 의원은 "협상을 강조하거나 뜬구름 잡는 다른 후보들의 연설이 안 통했다"며 "연륜 있는 심재철이 전면에서 싸우고, 김재원이 물밑에서 전략을 짜는 구도가 설득력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역풍 맞은 황심(黃心)…'쇄신과 통합' 거리 먼 선거
관심을 끌었던 황교안 대표의 의중, 이른바 '황심'(黃心)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친황파로 분류된 김선동 의원(재선)은 27표(결선 투표), 유기준 의원(4선)은 10표(1차 투표)에 그쳐 힘을 쓰지 못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연임 불가 결정'과 관련, 황 대표에 대한 반발과 친황 체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황 대표 측근이 '전화 유세'로 김 의원 지지를 독려해 논란을 불렀고, 출마 의지를 굳혔던 홍철호 의원(재선)과의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이탈표가 발생했다. 한 중진 의원은 "황심이 아니고 오히려 반황의 바람이 불었다"며 "친황 체제 구축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했다.
당내 67.6%를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도 변수가 되지 못했다. 김 의원을 향해 표가 모이지 않았으며, 친박계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전진'도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황 심리와 함께 정책위의장에 초재선 후보들이 난립해 표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진 표심은 "재선은 대여 협상에 불리하다"며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로 황 대표의 친정 체제 구축 및 향후 공천권 행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5선 중진인 심 의원과 TK 강성 친박인 김 의원의 전면 등장은 '쇄신과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개혁적인 인물 없이 당선만을 위한 어거지 짝짓기 러닝메이트가 탄생한 감동 없는 드라마였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중도를 아우르는 대통합에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적인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패스트트랙 협상 주목, '협상' 여지 커졌나
심 원내대표는 그간 공수처에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도,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선 한국당에 불리하지 않는 선에서 유연한 입장을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적으론 이전 원내지도부 보다 강경 노선으로 보이지만, 협상 여지는 다소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당선 직후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정기국회에서 예산안만 처리하되,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정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후 한국당 의총에서는 필리버스터 철회와 관련한 일부 의원들의 반대 의견에 직면했다. 추인이 불발되는 위기 속에 심 원내대표는 '선(先) 예산안 합의', '후(後) 필리버스터 철회 판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범여권(4+1) 주도로 이끌어지는 예산안에 일단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계산이다.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의장이 자리하며 패스트트랙과 예산안을 맞물리는 전략을 일단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