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쭐난 韓 탁구 대세' 장우진 "하마터면 멘탈 나갈 뻔"

최고 권위 전국종합선수권 남자 단식 11년 만에 2연패

'이겼다' 장우진이 9일 전국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득점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춘천=연합뉴스)
'한국 탁구의 대세' 장우진(24·미래에셋대우)이 최고 권위의 국내 대회에서 11년 만에 남자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장우진은 9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승민(21·삼성생명)을 4 대 2(8-11 11-8 11-7 9-11 11-8 11-9)로 눌렀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대회까지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08년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마지막이었다. 이 대회 8번째 2연패다.


장우진은 실업과 초중고까지 총출동해 한국 탁구 최강을 가리는 이번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대세임을 재입증했다. 이번 대회 복식에서도 장우진은 황민하와 짝을 이뤄 정상에 올라 2관왕을 달성했다.

지난해 장우진은 5월 코리아오픈에서 단복식을 제패한 것은 물론 북한 차효심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까지 3관왕을 달성했다. 왕중왕전 격인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 파이널스에서는 임종훈(KGC인삼공사)과 함께 남자 복식 우승, 차효심과 혼합 복식 준우승을 거뒀다.

결승이 쉽지는 않았다. 장우진은 첫 세트를 내준 뒤 2, 3세트를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4세트에도 8 대 1까지 앞서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혼합 복식과 남자 단체전 등 2관왕에 오른 조승민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4세트에 무섭게 추격하며 9 대 9 동점을 만들었다. 당황한 장우진이 실책을 잇따라 범하며 9 대 11로 동세트를 허용했다.

장우진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전열을 정비한 장우진은 힘있는 드라이브로 상대를 압도하며 3 대 2로 앞서갔다.

6세트에도 장우진은 기세를 이어갔다. 노련한 수비로 조승민의 실수를 유발하며 8 대 3까지 앞서갔다. 조승민도 특유의 짧고 회전이 강한 서브를 앞세워 9 대 10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막판 드라이브 실수로 장우진의 우승이 결정됐다. 장우진은 오른 손가락 2개를 펴보이며 2연패를 자축했다.

'너 때문에 멘탈 나갈 뻔했다'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 삼성생명 조승민과 미래에셋대우 장우진의 경기. 장우진(왼쪽)이 조승민을 세트스코어 4대 2로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뒤 격려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경기 후 장우진은 "대회 2연패를 달성해 정말 기쁘다"면서도 "그러나 첫 우승보다 두 번째가 너무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등을 지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4세트를 허무하게 내줬을 때는 아찔했다. 장우진은 "8 대 1까지 앞섰을 때 너무 소극적으로 지키려고 했다"면서 "당황한 가운데 승민이의 결정구가 다 성공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4세트를 내준 뒤 많이 위축되고 심리나 멘탈이 흔들렸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6세트도 위기였다. 장우진은 "8 대 3으로 앞설 때 4세트와 같은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준비하자고 했지만 승민이가 져도 된다는 생각으로 하니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값진 교훈이었다. 장우진은 "이것보다 더 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대회에서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다짐했다.

장우진의 눈은 이제 내년 3월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와 도쿄올림픽을 향한다. 장우진은 "올림픽에서 반드시 일본을 넘어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장우진은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로도 유명하다. 장우진은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과 지난해 코리아오픈 우승 뒤 탁구대에 뛰어올라 포효했다. 다만 이번 대회는 간소하게 넘겼지만 내년 올림픽에서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단다. 장우진은 "예전에는 운동화를 벗어서 보이기도 했는데 어릴 때 너무 화려한 것을 해서 이번에는 소박하게 세리머니를 펼쳤다"고 너스레를 떤 뒤 "내년 도쿄에서 메달을 딴다면 보여줄 세리머니는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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