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韓 찾은 '전설' U2, 사랑·평등·평화 노래(종합)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국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U2가 결성된 지 4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숱한 명곡들로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잡은 U2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2만 8천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U2는 1억 8천만여 장의 앨범 판매고, 총 22회 그래미 수상,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8회, UK 앨범 차트 1위 10회,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등에 빛나는 전설적인 밴드다. 보노(보컬/리듬 기타), 디 에지(리드 기타/키보드), 애덤 클레이턴(베이스 기타), 래리 멀린 주니어(드럼/퍼커션) 등 원년 멤버 4명이 현재까지 함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내한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그렇기에 이번 공연은 개최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다.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김형일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정도 잘 맞아떨어졌지만 국내 공연 시장의 인프라와 전 세계 음악 시장 내에서의 위상이 제 궤도에 올라왔기에 공연 개최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U2는 화물기 3대 분량의 공연 장비를 품에 안고, 150명 규모의 글로벌 투어 팀을 이끌고 한국 땅을 밟았다. 2017년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당시 장비를 실은 화물기가 1대 반 분량이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오후 7시 20분쯤 공연의 포문을 연 U2는 가로 61m, 세로 14m 규모의 8K 해상도 LED 스크린을 활용해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공연 1부에서는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 '아이 윌 팔로우'(I Will Follow), '뉴 이어즈 데이'(New Year's Day), '프라이드'(Pride) 등을 불렀다. 초대형 스크린 위까지 뻗어 나온 조슈아 트리의 그림자처럼 생긴 'B 스테이지'에서 무대를 꾸민 멤버들은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2부는 '조슈아 트리' 앨범 곡들로 꾸몄다. 1987년 발표된 '조슈아 트리'는 U2에게 첫 그래미상을 안긴 앨범으로, 현재까지도 유수의 음악 전문지와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앨범'으로 꼽힌다. 이번 내한공연은 해당 앨범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한 '조슈아 트리 투어'의 일환으로 열렸다. U2는 2017년 유럽, 북남미, 멕시코 등지에서 '조슈아 트리 투어 2017'을 진행했고, 올해 11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조슈아 트리 2019'를 시작해 싱가포르와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U2는 메인 스테이지와 B 스테이지를 오가며 '아이 스틸 해븐 파운드 왓 아임 룩킹 포'(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 등 히트곡 무대를 선보였고, 이에 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스크린에는 조슈아 트리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사진작가 안톤 코빈이 제작한 감각적인 영상과 실시간 중계 영상이 교차편집 돼 공연에 몰입도와 재미를 더했다. 멤버들은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느껴진다", "얼른 다시 돌아와야겠다" 등의 발언으로 한국을 찾은 소감을 밝혀 커다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어진 3부에서 U2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공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U2는 그간 얼터너티브 록, 블루스, 포크, 인더스트리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했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들을 선보이며 진정한 음악의 힘을 보여줬다. 사회운동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보노는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던 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내한 공연에서 던질 메시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는데, 이날 특히 관객의 이목을 끈 건 '라이트 마이 웨이'(Light My Way)라는 부제가 붙은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과 끝 곡으로 부른 '원'(One) 무대였다.

'울트라바이올렛'을 부를 땐 스크린에 띄워진 '히스토리'(history)라는 단어가 '허스토리'(Herstory)로 바뀌더니 역사를 바꿔나간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 영상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최근 세상을 떠난 연예인 설리, 국내에 '미투' 운동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 등이 등장했으며, 말미에는 '우리 모두가 평등 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 하지 않다'는 글귀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보노는 베를린 장벽 붕괴 등 독일 통일 과정을 지켜보며 쓴 곡으로 알려진 '원'을 부르기 전 분단된 한반도 상황을 언급하며 '타협'(compromise)의 중요성을 강조해 깊은 울림을 전했고, 곡 말미에는 스크린에 태극기를 띄웠다. 이를 지켜보며 관객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어두웠던 공연장을 환하게 밝혔다. 보노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두 번 외치는 팬 서비스를 펼쳐 관객을 웃음 짓게 하기도. 한편, 이날 영상에 등장한 김정숙 여사는 고척돔을 찾아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보노는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공연 셋리스트.

Sunday Bloody Sunday
I Will Follow
New Year's Day
Pride (In the Name of Love)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With or Without You
Bullet the Blue Sky
Running to Stand Still
Red Hill Mining Town
In God's Country
Trip Through Your Wires
One Tree Hill
Exit
Mothers of the Disappeared
Desire

Elevation
Vertigo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Every Breaking Wave
Beautiful Day
Ultraviolet (Light My Way)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in Its Way
One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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