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번 발표가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해당 장소가 한미 정상에게 폐기를 약속한 장소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하며 북한 의도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 北 폐기한다던 '서해 위성발사장'은 어떤 곳
평안북도 철산군에 위치한 '서해 위성발사장'은 우리에겐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장소에 대해 북한은 공식적으로 서해 위성발사장이라 칭하고, 우리 정보당국은 통상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으로 불러왔다.
이곳은 북한 미사일 연구 단지가 밀집한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다. 위성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외에도 발사체 연구나 엔진 개발 실험이 가능한 곳으로 한미 정보당국이 항상 주시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이 발사장이 주목받는 곳이라는 점을 잘 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선제조치'의 일환으로 폐기를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기마다 "북한의 핵실험도 미사일 시험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고 내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서해 위성발사장의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공동선언문에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일부 미사일 발사대가 철거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최근 북미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이 시험이 재개됐다. 북한이 신뢰 구축을 위해 한미 정상에게 약속한 내용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북한이 어떠한 시험을 진행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과를 발표한 주체를 보면 우려가 더 커진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단순히 인공위성 시험이라면 발표 주체가 국가우주개발국일텐데, 국방과학원이 발표했고 '전략적 지위'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체 연료 실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 靑, NSC없이 의도 파악 주력…상황관리 위한 물밑접촉 가능성
북한의 이번 서해위성발사장 시험 재개가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시한을 올 연말로 잡고 있는데, 이번 시험은 대화의 판을 깨고 핵실험 등 완전히 '새로운 길'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일 수도 있고, 미국을 압박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협상력 제고'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청와대는 특별한 공식반응을 내지 않고, 신중하게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소집하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이번 시험이 미사일 발사와 같은 급박한 안보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NSC 개최 시점도 늦었다. 이미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민간 위성 사진을 통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미 정보당국도 예전부터 관련 징후를 파악하고 공유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때문에 청와대는 NSC 추가 개최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이뤄진 한미정상 간 통화에서 나온 '엄중한 상황 인식'이라는 표현이나 '필요할 때마다 통화하자'는 언급도 관련 정황에 대한 대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우리가 NSC를 개최할 경우 북한을 규탄하며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산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북한에게는 자신들의 '벼랑 끝 전술'에 한미가 공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오판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한 한미 정상 간의 공조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일각에서는 현 상황 타개를 위해 한미가 대북 물밑접촉이나 특사 파견, 친서 외교 등을 통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NSC는 소집하지 않았지만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며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나 북미가 주고받는 발언 등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