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는 주로 패션산업을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유행하는데, 최근의 뉴트로는 디지털 세대인 밀레니얼(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과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의 급부상으로 소비지형을 크게 바꾸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업계도 '리니지' 모바일 게임 시리즈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재편하고 있다.
최근까지 복고 콘텐츠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해 삐삐(Beep Pager), 워크맨 등을 경험한 X세대 소비주도층의 추억을 소환하는 레트로 마케팅에 집중했다면, 부모·삼촌 세대가 경험한 강력한 신뢰를 가진 전통 브랜드와 새롭게 진화된 기술·콘텐츠가 결합해 밀레니얼과 Z세대의 소비를 촉진하는 뉴트로 마케팅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5년 전 세계 노동인구의 70%를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밀레니얼 자극하는 뉴트로 게임 '리니지' 시리즈 흥행 계속될까
지난달 27일 출시 이후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매출 및 인기순위 1위를 섭렵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은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인 이른바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 줄임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4일 발표한 리니지2M 초반 성적 자료에 따르면, 이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연령대는 30대였다. 전체 이용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6.75%로 나타났고, 뒤를 이어 40대가 26.68%를 차지했다. 20대는 15.82%로 낮았다.
초기 린저씨 세대는 20년의 시간이 지나 그들을 린저씨라 비꼬았던 새로운 세대, 또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세대가 그 린저씨 바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 '새로운 린저씨'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에 화려한 그래픽, 모바일, 자동화 기능까지 더해진 리니지와 같은 MMORPG 게임을 즐긴다.
넥슨의 '브이포(V4)',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가 리니지M, 리니지2M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브이포, 달빛조각사는 20대 연령층 비중이 높았다. 브이포는 리니지2M보다 8.67% 더 많은 24.49%, 달빛조각사는 가장 많은 28.35%를 기록했다. 30대 연령층에서는 5% 안팎으로 대동소이 했다. 달빛조각사는 화려한 실사 그래픽보다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그래픽이 특징으로 젋층은 남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초반 단기 흥행에 성공했다.
40대 연령층에서는 일곱개의 대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리니지2M(26.68%), 브이포(23.13%), 달빛조각사(19.28%)보다 많은 33.4%에 달했고, 30대는 25.27%로 유저층이 가장 낮았다. 20대는 20.40%로 리니지2M보다는 높았지만 브이포, 달빛조각사보다는 낮았다. 대신 10대 연령층에서 13.37%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치로 다른 3개 게임을 압도했다. 상대적으로 고른 분포층을 보인셈이다.
업계에서는 리니지2M의 30대의 비중이 높은 반면 20대와 10대 비중이 크게 낮은 이유로 전작 리니지M과 플레이 방식이나 배경이 유사하고, 이른바 '현질 유도'가 지나칠 정도로 아이템 의존적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초반부터 리니지M이나 다른 비슷한 게임들에 비해 강력한 아이템 구입에 투자하지 않으면 고레벨을 지향하는 리니지2M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자기소비 경향이 강한 30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니지2M에 이어 구글 플레이 매출 3위를 확보한 브이포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 연출과 대규모 전투에 특화된 인터서버와 커맨드 모드, 자율 경제 기반 경매장으로 경쟁작들과 차별화를 둔데다 무과금으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보상과 과금 대비 플레이의 재미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레벨 50부터 경매장을 통해 이용자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고, 아이템 구매 및 판매는 충전이 가능한 캐시로도 가능해 이용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순항 중이다.
◇ 내년에도 강력한 브랜드 앞세운 뉴트로 성향 게임들 인기
애플은 최근 2019년을 빛낸 앱스토어 최고의 앱과 게임 발표에서 올해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IP(지식재산권) 게임들을 iOS에 선보였는데, 이 게임들은 모두 첨단 기술, 대담한 디자인, 혁신적인 기능들을 제공해 모바일에선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깊이와 품질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아이패드 게임으로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 장르의 고전 16비트 그래픽의 현란한 액션이 눈에 띄는 어드벤처 게임 'Hyper Light Drifter'(어비라이트 S.L.)를 선정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추억의 레트로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지적재산권이 종료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개발자들이 다양한 버전의 게임들을 내놓으며 뉴트로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콘솔게임도 2016년부터는 추억의 게임기 '아타리', '게임보이', 'NES 클래식', '슈퍼 닌텐도 클래식 미니' 등이 출시되며 인기를 모았고, 국내에서는 미니 오락실 게임기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소비가 빠른 소프트웨어 특성상 올드하다고 치부된 '린저씨 마케팅'은 넷마블의 리니지 IP 기반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에서 부활 가능성을 드러냈다. 자신감을 얻은 엔씨는 모바일 리니지M을 2017년 출시해 단번에 모바일 게임의 강자에 올랐다. 리니지M은 리니지2M이 나오기 전까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28개월 넘게 차지하고 있었다.
엔씨는 지난 3월 국내 MMORPG의 상징적인 존재와도 같은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최신 사양에 맞게 대폭 향상시킨 '리니지 마스터'를 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블리자드의 레전드 게임 '스타크래프'가 리마스터로 출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인기 레전드 게임의 재해석 "게임업계 위축, 비타민 효과"
넥슨도 PC방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02년작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모바일 버전으로 소환했다. 지난 3월 출시한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는 출시 4일 만에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재확인 했다.
넷마블은 일본 SNK가 90년대 출시해 오락실 게임으로 인기를 휩쓸었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KOF)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대전격투 게임 'KOF 올스타'를 지난 5월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기존 오락실, 콘솔게임에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를 한데 모아 KOF의 전설 캐릭터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즐거움이 큰 게임이다. 조이시티도 SNK 대표 대전 액션게임인 '사무라이 쇼다운' IP를 활용한 '사무라이 쇼다운M'을 3월 출시해 높은 인기를 과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80년대 비디오게임의 전설 '콘트라'의 IP를 활용해 코나미와 텐센트가 함께 개발한 '콘트라: 리턴즈'를 4월 출시했다. 화려한 총기 액션과 박진감 넘치는 대전 모드를 그대로 옮겨오면서 아케이드의 재미를 모바일 특성에 맞게 잘 표현해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업계가 여러가지 국내외 이슈로 위축되고 신작 게임 출시가 미뤄지는 등 정체된 측면이 있다"며 "뉴트로 게임은 이러한 분위기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