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북한이 일방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아직은 극적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북한의 전략노선 전환에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제재·압박을 지속한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년사의 문맥이 말해주듯 북한으로서도 새로운 길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최후의 선택이다. 현실화될 경우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길은 특히 핵·미사일 프로그램 재가동 여부에 촉각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갈래 상반된 해석이 올해 내내 이어져왔고 미국 측 인사들이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선임 국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해 미국과 대화했으나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다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계획임을 밝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차관보나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조정관 등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해왔다.
반면 국내 전문가 가운데 상당수는 이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이미 상당한 핵 능력을 보유한 마당에 굳이 중국을 자극하면서까지 핵 개발을 재개할 이유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길이 아니라 ‘낡은 길’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새로운 길은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되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꺼리면서 북중 간의 경제협력과 자력갱생을 통한 북한의 발전을 모색하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관계가 틀어진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핵개발을 가속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는 중이다.
그는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해 관광산업 등을 앞세운 자력갱생 식의 쿠바 모델과 옛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 강화, 군력 강화와 재래식 도발 등을 예상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국제사회의 압력과 경제발전 필요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 실험 재개 같은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핵 능력을 최종 완성 및 고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중간 형태의 도발가능성은 남아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나 인공위성 로켓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