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고 싶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故김용균 추모대회

1주기 앞두고 서울 종각 사거리서 1200여명 모여들어
"하루에 6명, 매년 2400명 죽어나가는 '죽음의 행진' 끝내자"
"다시 너와의 약속 지키기 위해 싸우려 한다" 동료 편지낭독

7일 서울 종각 사거리에서 열린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지난해 말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서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1주기(10일)를 사흘 앞두고 김씨의 죽음과 그 뜻을 기리는 추모대회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열렸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추모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추모대회는 7일 오후 서울 종각역 사거리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 받지 않게!"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 추산 1200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행사에서는 김씨의 죽음 이후 일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노동현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년 전 그날처럼 김용균이 점검하던 컨베이어 벨트는 돌아가고, 석탄가루 뒤덮인 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헐값에 쓰면서 사용자 책임은 외면하고 있고 정부는 매년 370명의 과로 사망에도 기업 처벌은 유예하고 노동시간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은 민주노총과 김용균, 우리 모두가 꾸었던 꿈"이라며 "하루에 6명, 매년 2400명이 일하다 죽어나가는 이 죽음의 행진을 노동자 시민이 함께 드는 촛불의 바다로 끝장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인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인 우리는 정규직이 되는 것도 중요했지만, 살아야 그 희망도 있기에 '더 이상 죽고싶지 않다'고 호소했다"며 "용균이가 죽은 지 1년, 특조위 권고안도 휴지조각이 되었고 현장은 아직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이 간사는 전날 스물다섯번째 생일을 맞은 김씨에게 미안하다며 "약속을 안 지킨 건 저희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이기 때문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발전소 노동자, 그리고 여기 모인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이 죽음의 외주화를 끝장낼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김씨와 함께 근무했던 일터 동료는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김씨의 동료였던 장근만씨는 "2월 9일, 62일만에 용균이 너를 묻던 날, 우리는 네가 들었던 피켓처럼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라며 "우리가 일하는 곳은 여전히 깜깜하고 우리는 용균이 너처럼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소식을 매일 듣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씨는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네가 하늘나라로 떠나지 못하고 차가운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우리는 다시 용균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지켜봐달라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참석자들은 촛불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고 적힌 하얀 피켓을 든 채 "살고 싶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사람답게 살고 싶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외주화는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힘껏 외쳤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작업현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족 등의 요구로 결성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 직접고용·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을 비롯한 22개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추모위원회는 해당 권고안 중 '설비인접 작업시 정지 후 작업조치' 등 17개 안이 불이행됐고 '2인1조 근무' 등 나머지 5개 권고안도 일부만 지켜졌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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