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조로 갔다 일 당할라"…靑 파견 기피하는 검경 수사관들

과거 '백원우 특감반' A 수사관 숨진 후 분위기 뒤숭숭
"능력 인정·승진 디딤돌도 이제 옛말…누가 가겠나"
"반환점 돈 정권…청와대 들어갔다 '순장조' 될까 두렵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 수사관·경찰 정보관들 사이에서 인기 파견 근무지로 통했다. 청와대 근무가 자기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기류가 달라졌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뒤 분위기는 더 뒤숭숭하다.

한 경찰 정보관은 "청와대 근무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워낙 힘들어 1년 넘게 근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나마 정책이 바뀌고 국가를 위한다는 보람으로 일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그런 마음마저 사라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간부는 "정권 임기가 막바지로 갈수록 청와대 파견 근무를 기피하는 기류가 강해진다"며 "자칫 '순장조(殉葬組)'로 들어가면 정권이 바뀌고 숙청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순장조는 임기 끝까지 대통령만 보필한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감은 "파견 경찰들 사이에도 민정수석실이 잘 안 돌아간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이런 상황에 누가 (파견) 가려고 하겠느냐"고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더 심각한 분위기다. 지난 3일 숨진 A 수사관 빈소에 있던 한 검찰 수사관은 "결국 이번에도 수사관들만 도구로 사용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빈소에선 "A 수사관이 복귀한 뒤 검찰이 비위 사실을 별건 수사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 청와대 파견을 가겠다고 손드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백 전 비서관실 소속 특감반원으로 활동한 총경의 청와대 파견 기간이 최근 두 달 늘어난 것을 두고, 경찰 안팎에선 "B 총경 후임 물망에 올랐던 직원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손사래 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10월31일 만기였던 B 총경의 파견 기한을 올해 말까지 2개월 연장했다.

B 총경은 지난 2017년 12월 파견 5개월 만에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후 2년 넘게 근무 중인데, 이토록 오래 경찰로 복귀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경찰의 정기 인사에 맞춰 파견 기간을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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