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스롱 피아비(당구선수)
2010년 캄보디아에서 결혼해 온 평범한 이주 여성이 한국 당구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국내 대회 우승을 4번 했고요. 여성 스리쿠션 당구 분야의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2년 연속 제패했습니다. 세계 랭킹으로는 2위. 선수로 등록한 지 1년 반 만에 이뤄낸 성과랍니다. 남편은 복사 가게를 하는데 그 남편의 권유로 큐대를 잡기 시작했다고 해요. 참 여기까지만 들어도 와, 대단한 스토리다. 이런 생각이 드시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한국 당구 랭킹 1위, 세계 랭킹 2위 스롱 피아비 선수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지난 수요일에도 국내 대회 우승하셨죠?
◆ 스롱 피아비> 네.
◇ 김현정> 올 들어서만 지금 이게 3번, 4번?
◆ 스롱 피아비> 네. 3번요.
◇ 김현정> 그런데 지난달에 있었던 아시아 대회에서도 우승하시고?
◆ 스롱 피아비> 또 양구에서도 우승하고 또 이번 제가 철원 오대쌀배 시합.
◇ 김현정> 거기서도 우승하고.
◆ 스롱 피아비> 2019년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 김현정> 우승하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 스롱 피아비> 정말 너무 기쁘고 정말 이렇게 같이 연속 우승하니까 정말 기쁘다는 말 이상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 여러분, 스롱 피아비 선수는 2010년에 한국으로 결혼을 해 왔어요. 그런데 보니까 당구를 2011년에 시작하셨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원래 캄보디아에서 당구 좀 치셨어요?
◆ 스롱 피아비> 아닙니다. 이쪽 캄보디아는 스포츠 없었어요. 당구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뭐 하시던 분이세요, 캄보디아에서?
◆ 스롱 피아비> 저 캄보디아에서 아버지랑 같이 농사. 감자, 논 농사로 같이 일했어요.
◇ 김현정> 감자 농사지으시던 분이세요?
◆ 스롱 피아비> (웃음) 네, 감자 사장님이요.
◇ 김현정> (웃음) 감자 사장님. 그러면 2011년에 처음 어떻게. 처음 당구대를 태어나서 처음 어떻게 잡으신 거에요?
◆ 스롱 피아비> 제가 한국 와서 그냥 평범하게 식당 일, 공장 이렇게 생활하는데 남편이랑 저녁에 심심한 거예요. 그래서 당구장 갔어요. 같이 따라갔죠. 저는 혼자니까 많이 외로워서 그냥 가서 제가 이렇게 앉아 있어요. 여자들은 당구 안 치잖아요. 남편도 친구랑 같이 치다가 저한테 “한번 해 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냥 한번 얘기해서 따라했는데, 다 한 거예요, 한번에.
◇ 김현정> 앉아 있는 부인더러 한번 쳐 보시오 해서 쳤는데.
◇ 김현정> (웃음) 당구 천재. 남편이 우와! 아니, 우리 아내가 당구 천재네? 이렇게 돼서 그래서 그다음부터 남편이 당신은 일하지 말고, 복사 가게 나오지 말고 당구만 치시오. 이렇게 됐다면서요?
◆ 스롱 피아비> 처음에 저한테 원래 당구는 자세, 폼이 있어요.
◇ 김현정> 폼이 있죠.
◆ 스롱 피아비> 처음에는 폼이 참 괜찮다 느낀 거예요. 그러니까 집에서 큐 하나 샀어요. 하나에 3만 원짜리 큐대 하나 사줬어요.
◇ 김현정> 3만 원짜리 하나 샀어요?
◆ 스롱 피아비> 네. 집에서 박스 구멍 하나 놓고 계속 연습한 거예요. 똑바로 하는 거. 바깥에 안나오고 그냥 방에서 이것만 연습한 거예요. 그러다가 아카데미 보내줬어요.
◇ 김현정> 그러다가 당구 아카데미를 보내줬어요. 그런 다음부터는 하루에 몇 시간 연습?
◆ 스롱 피아비> 저 딱 남편 밥 다 차려주고 한 12시에 당구장 가서 11시 반까지 연습했어요.
◇ 김현정> 하루 12시간?
◆ 스롱 피아비> 네. 처음에는 24시간 있었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렇게 재미있던가요?
◆ 스롱 피아비> 저는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생긴 게 좋았어요. 잘하고 싶었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여러분, 아마추어 대회로 진출을 하고 아마추어 대회 그냥 금방 제패해버렸어요. 그리고 나서 선수로 등록한 지 1년 반 만에 세계 랭킹 2위?
◆ 스롱 피아비> 세계 2위, 전국 1위.
◇ 김현정> 우리나라 1위, 아시아 1위. 세상에. 그러고선 고향 캄보디아에 돌아갔잖아요, 가니까 반응이 어떻던가요?
◆ 스롱 피아비> 제가 가니까 자신감 생기고 약간 어깨 올라왔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 느낌? (웃음)
◇ 김현정> (웃음) 여러분, 그럴 만한 게 지금 ‘캄보디아의 김연아’ 라고 불릴 정도로 지금 캄보디아 스포츠 영웅이랍니다. 가면 뭐 스케줄이 막 다다다닥 잡혀 있다면서요?
◆ 스롱 피아비> 네. 제가 하고 싶은 거 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냥 가서 뭐 하고, 뭐 하고 딱딱 정해진 것만 하고 온 거예요. 또 캄보디아에서 기자, 방송국에서 저한테 많이 와요. 저는 개인 시간을 보낸 게 없었어요.
◇ 김현정> 개인 시간 보내지 못할 정도로?
◆ 스롱 피아비> 네. 연습 시간 빼면 안 되니까. 한국 와서 빨리 연습하고 시합 나가야 하기 때문에.
◆ 스롱 피아비> 정말 제가 복도 많이 받고. 또 제가 열심히 하는 거 포기하지 않는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항상 자세 대단하다. 고생했다. 사람들이 못 참는 걸 제가 할 수 있는 걸 제가 느꼈어요.
◇ 김현정> 느낌은 어땠어요? 가보니까 막 갑자기 사람들이 와, 영웅 대접을 해 줘요?
◆ 스롱 피아비> 정말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죠.
◇ 김현정> 자랑. 어깨 으쓱? (웃음)
◆ 스롱 피아비> 원래 이렇게 했는데 이게 이렇게. (웃음)
◇ 김현정> 아까 저한테는 방송 전에 그러시더라고요. 신기했다, 굉장히 신기했다.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피아비 선수가 참 멋있는 것이 뭐냐 하면 이렇게 해서 유명해지고 그래서 나 잘살래요 이게 아니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더라고요, 세상을 위해서. 꿈이 뭡니까?
◆ 스롱 피아비> 제가 캄보디아에서 각 지역에 많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전문 학교처럼 스포츠 할 수 있게 공부할 수 있게. 왜냐하면 제가 어렸을 때 공부를 못 했어요, 가난해서.
◇ 김현정> 가난해서 공부를 못 했어요.
◇ 김현정> 의사가 꿈이었어요?
◆ 스롱 피아비> 네. 캄보디아에서 많이 아픈 사람들 가서 못 치료하고. 그래서 내가 이런 꿈도 꾸었어요.
◇ 김현정> 지금 피아비 선수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또 눈물을 흘리시네요. 의사가 꿈이었고 캄보디아의 많은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었는데 가난해서 학교를 더 갈 수 없는. 어디까지 그럼 학교 다니셨어요?
◆ 스롱 피아비> 고등학교.
◇ 김현정> 고등학교까지 가셨어요? 대학을 진학할 수가 없었군요.
◆ 스롱 피아비> 없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그래서 나한테 미안했다. 또 너무 가난해서 못 하니까 그냥 포기하고 감자, 논 농사만 하고 살았어요.
◇ 김현정> 그래서 이제 유명해져서 상금 많이 받으면 캄보디아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를 위해 학교 짓고 싶으신 거예요?
◆ 스롱 피아비> 네.
◇ 김현정> 너무 예쁘네요. 지금 너무나 외모도 참 아름다우신데 마음까지도 아름다워요.
◆ 스롱 피아비> 한국에 와서 예뻐졌는데요? (웃음)
◇ 김현정> (웃음) 한국 와서 예뻐진 거예요? 아니, 천재를 한눈에 알아본 그 남편은 지금 뭐라고 하세요? 얼마나 자랑스러워합니까?
◆ 스롱 피아비> 매일매일 칭찬하지 않았어요. 매일매일 좀 잔소리하고 혼냈어요. 마음속은 항상 응원하는데 약간 표현하는 게 칭찬하는 게 전혀 없어요.
◇ 김현정> 지금도요? 이렇게 잘하는데?
◆ 스롱 피아비> 지금도 그래요. 저한테 그래요. 만약에 혼내지 않고 칭찬했으면 지금까지 안왔다. 지금 여기까지 못 왔다. 못 하는데도 잘한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내가 잘한다고 칭찬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 스롱 피아비> 네. 어쨌든 제가 치는 우승 당구 동영상 보면서 잘못한 거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약간 웃으면 잘했다고 안 하고 와서 또 잔소리한 거예요. 이런 게 화가 나니까 저는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 김현정> 오기로라도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 스롱 피아비> 좀 더 멋있게 잘해 보이고 싶은 마음.
◇ 김현정> 그러니까 남편이 대단한 분이시네요.
◆ 스롱 피아비> 무서운 선생님이에요.
◇ 김현정> 무서운 선생님. 감독보다 더 무서워요?
◆ 스롱 피아비> 네.
◇ 김현정> 그런데 남편이 우리 피아비 씨한테는 복덩이네요, 사실은. 재능을 알아봐주고 격려해 주고 여기까지 오게 한. 30초 남았는데 남편한테 한마디 하시겠어요?
◆ 스롱 피아비> 항상 제 남편 말하는 거 제가 잘 듣고 또 말로는 잘 못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피아비 선수,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여기까지 열심히 훈련해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거겠죠. 피아비 선수.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응원합니다.
◆ 스롱 피아비>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당구 천재, 스롱 피아비 선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