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감독은 5일 저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박 감독은 이날 박시하 시인과 만나 정식으로 사과하고 합의문에 함께 서명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개봉한 영화 '한강에게'에는 박시하 시인의 시 '영원히 안녕'이 들어갔다. 하지만 제작진은 원저작자인 박 시인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추후 지적을 받아 크레디트에 명시한 후 개봉했다. 또한 언론 인터뷰 등에서는 영화에 들어간 이 시가 감독의 자작시라는 부분이 언급됐다.
박 감독은 "개봉용 굿즈 제작 등에 대해서 추가 논의를 했어야함에도 그러지 않고 제작과 판매 시도가 이루어졌고, 인터뷰 등에서도 저의 의도나 언급과 상관없이 모호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었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라며 "이에 영화 '한강에게' 감독이자 대표인 저는 박시하 시인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썼다.
박 감독은 △현재 남은 영화 개봉용 굿즈 모두 폐기할 것을 배급사 인디스토리에 요청했고, 폐기하기로 결정 △어떤 형태로든 '한강에게' 삽입 시와 관련한 2차 제작물 만들지 않을 것 △'한강에게'나 대외활동 때 삽입 시에 관해 더욱 철저하게 인용 사실을 분명히 밝힐 것 △이전의 기사·인터뷰 중 인지적 오류 여지가 남은 기사는 언론사에 정정·삭제 요청할 것을 약속했다.
박 감독은 "이번 일로 놀라셨을 영화 '한강에게'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 영화 관계자, 그리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영화에 출연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셨던 박시하 시인님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일을 발판 삼아 이후의 삶과 영화 현장 전반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경각심을 갖고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글을 맺었다.
박시하 시인도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조금 전에 박근영 감독님과 배급사 분들 만나 정식으로 사과받았다. 합의문에 함께 서명했다. 공개 사과문 올리신다는 약속도 받았다. 감독님이 사과문 올리시면 그동안의 트윗들은 삭제할 생각"이라며 "이런 과정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그 어떤 창작자에게도 다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는 글을 썼다.
박 시인은 박 감독과 함께 서명한 합의문도 공개했다. 합의문에는 '한강에게' 삽입 시에 관한 인지적 오류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강에게' 삽입 시가 감독의 자작시라는 오류, 삽입 시가 애초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를 구해 협의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오류 2가지를 정정하라는 것이었다.
'한강에게'는 뜻밖의 사고를 당한 남자친구, 끝내지 못한 첫 번째 시집, 추억과 일상을 헤매는 시인 진아의 한 편의 시 같은 영화다. 올해 4월 4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