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의원들이 대거 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다크호스로 재선의원 출마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원내 표심이 누구에게 향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내에선 황교안 대표의 지지를 의미하는 이른바 황심(黃心)과 재선의원 파격카드, 계파 대리전 등이 선거의 주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은 5일 원내대표 경선을 오는 9일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이날까지 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심재철(5선)·유기준(4선)·강석호(3선)·윤상현(3선) 등 4명이다. 여기에 오는 7일 후보등록일까지 재선의원 중 다크호스가 나타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 黃心, 순풍일까 역풍일까…羅 불신임 사태 후폭풍
나 원내대표 연임과 관련해 당헌‧당규 해석을 두고 벌어진 논란 속에 황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불신임 결정을 내리자, 당내에선 항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당 최고위가 의원들의 고유 권한인 원내대표 선출권에 개입하며 월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의총에서 의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들 이번 사건으로 자존심이 상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며 "황 대표의 전횡을 견제하는 표심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월권' 논란으로 인한 의원들의 반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충분히 의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이게 역풍으로까지 이어질 것 같진 않다"며 "공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데다 당규 해석상 차이가 있는 문제라서 황 대표가 독재를 했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 초선 사무총장 이은 재선 원내대표 파격카드, 가능할까?
재선의원 중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김도읍‧김선동‧주광덕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도읍‧김선동 의원은 과거 원내수석부대표을 역임한 바 있고, 주 의원 또한 전략통으로 알려져 있어 대여(對與) 협상 과정에도 지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본인들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쇄신 대상인 다선의원들에게 원내대표 자리를 맡기는 게 맞냐'라는 말이 나온다"며 "지금 우리당은 뭔가 파격적인 카드로 국민들에게 어필을 해야 총선에 유리하기 때문에 재선이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걸려 있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내 여론 수렴과 대여 협상을 병행하기 위해선 중진의원이 적합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과 협상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재선의원을 뽑는 건 섣부르다"며 "재선의원이 당내 의총에서 합의를 얻어내고 또 그 책임을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진박' 윤상현의 경선 합류…계파 대리전 우려도
비박계 강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 3명이 범(凡)친박 내지 친박계로 분류되는 상황인데,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다수 득표자 2명에 대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만일 윤 의원과 강 의원이 결선투표 후보로 오를 경우, 결국 친박‧비박 대결 구도가 형성돼 계파 대리전이 펼쳐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비박계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윤 의원은 지금 수도권 대표론을 걸고 나와서 일정 부분 표심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윤 의원이 당선되면 '도로 친박당'으로 가는데 그걸 이겨낼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한 친박계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계파 문제를 떠나서 능력이 뛰어난 윤 의원이 지난 4년 간 숨죽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당을 위해 어떤 게 더 좋을지 의원들이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당내 범(凡)친박계 초재선 의원 모임으로 알려진 '통합과 전진'은 이날 오찬을 함께 하며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 의원은 통화에서 "오늘은 일정상 이유로 많이 모이지 못해 주말 동안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논의를 다시 한번 해보자고 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