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 순다 피차이, 실리콘 밸리 최악의 승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피차이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물러나
구글 웨이모 딥마인드 등 모든 계열사 총괄 지휘
알파벳, 구글에 산적한 문제 해결사로 주목

순다 피차이 신임 알파벳 CEO (사진=구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4일(현지시간) 래리 페이지 알파벳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알파벳을 비롯한 독립 계열사를 총괄하게 된다고 밝혔다. 페이지와 함께 구글을 공동창립한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페이지와 브린은 블로그를 통해 "알파벳이 자리를 잘 잡았고, 구글과 다른 독립 회사들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이제 관리 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며 "우리는 회사를 경영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경영에서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파벳은 더이상 한 명의 사장과 두 명의 CEO 체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 4년간 구글 CEO 역임한 피차이, 알파벳 최고 수장에 올라

구글 CEO를 맡았던 페이지는 2015년 구글의 주력사업인 검색과 디지털 광고 외에 인수합병한 독립 계열사들을 모기업 알파벳 산하로 총괄 재편했다. 안드로이드와 크롬 사업을 이끌었던 순다 피차이가 페이지를 이어 구글 CEO 자리에 올랐다.


현직에서 물러난 페이지와 브린은 대신 알파벳 이사회에 남아 의결권을 행사하며 활동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페이지의 알파벳 보유 지분은 5.8%, 브린은 5.6%로 여전히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피차이 CEO의 보유 지분은 0.1%에 불과해 공동창업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47세의 순다 피차이는 엔지니어와 CEO로서 구글에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해왔지만 크고 작은 도전에 직면한 회사를 구해야 할 중차대한 상황에 놓여 적지 않은 부담을 물려받게 됐다.

가장 먼저 회사의 수익을 보전해야 한다. 구글은 올해 1분기 핵심 캐시카우인 디지털 광고 수익이 둔화되었고 직전 분기보다도 감소했다.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부문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유닛인 웨이모(Waymo)나 생명과학 유닛 베릴리(Verily)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수도 있다.

알파벳이 그동한 인류 생명연장의 꿈부터 우주에서 전 세계로 인터넷을 연결하는데 이르기까지 막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하고 사업부로 통합되거나 매각됐다.

피차이 CEO는 공동창업자들의 직간접적인 관여 못지 않게 군사 프로젝트와 사내 성추행 사건 등으로 인한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서부터 거대 공룡기업을 성장한 회사를 분할시켜야 한다는 정치권·시민사회의 급진적 주장, 규제 당국의 독점위반 조사에 이르기까지 위기에 직면한 구글과 알파벳 군단을 지켜내야 한다.

◇ 산적한 숙제, 공동창업자들은 숨고 피차이가 해결사 노릇

구글 본사 (사진=구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근무하는 구글 직원 200여명이 회사의 이같은 문제들을 비판하는 시위에 나서자 구글은 이들 중 4명을 해고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글은 시위가 아닌 회사의 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확인되어 해고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시위를 추동한 핵심 인물들을 쫓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해고된 직원 4명은 미 연방 준사법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구글을 고발할 예정이다.

CNBC에 따르면, 구글은 직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경영진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과의 혼외관계 문제가 불거진 데이비드 드러먼드 알파벳 최고법률책임자도 여기에 포함됐다.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낸 유튜브는 최근 몇년간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게시물에 소아성애자들의 댓글 공격, 가짜뉴스, 시신이나 음란물을 촬영한 자극적인 영상 등 전 지구적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화제성으로 광고 수익을 얻는 유튜버들에 대한 비도덕성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전히 알파벳과 구글을 주 수익원은 디지털 광고지만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구글 광고 사업과 관련된 독점 금지법 위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조사 방향은 구글 검색사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 공정거래 기구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는 구글의 독점 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유럽(EU) 규제기구의 지속적인 압박도 만만치 않다.

이때문에 공동창업자 페이지와 브린이 호감도가 높은 피차이 CEO를 앞세워 퇴로를 마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CNBC 방송은 피차이 CEO가 알파벳과 전체 독립 계열사를 총지휘하는 막강한 자리에 올랐지만 '실리콘 밸리 최악의 승진'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피차이 CEO가 지난 4년간 효과적으로 구글을 이끌어온 점을 들어 알파벳에 피고 있는 독버섯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해나갈 적임자로 보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