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붕괴 사고를 둘러싼 책임소재를 가릴 경찰 수사 등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의뢰로 산사태 원인조사를 맡은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는 4일 오후 3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토목회관 6층에서 '사하구 성토 비탈면 붕괴 원인분석 및 보강대책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보고회에는 피해 유가족과 대한토목학회 연구팀,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하구청·국방부와 땅 소유주 동아학숙, 부산시와 사하경찰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붕괴가 발생한 지역은 원지반 위에 크게 3개의 매립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원지반 바로 위에 생활 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과 석탄 슬래그(찌꺼기), 토사가 혼합된 매립 층이 있었고, 그 위에는 석탄재가, 제일 위에는 예비군훈련장 연병장 조성을 위한 얇은 모래층이 있었다.
또 연구팀은 1982년과 1996년, 2002년과 2015년에 일대를 찍은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매립 층은 1982년과 1996년 사이에 형성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주민 증언에 의하면 1982년에서 84년 사이에 사면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부분은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일대에 누적강우량 188mm가량의 집중호우가 내린 다음 날 매립 층이 붕괴한 것으로 보아 강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토목학회 정진교 책임연구원은 "오늘 발표내용은 붕괴원인 분석을 위해 조사한 기초자료에 불과해 현재로서는 붕괴원인을 추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원인은 2달가량 더 조사·분석한 뒤 최종 보고회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내용에 따라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려던 경찰도 난색을 보였다.
보고회에 참석한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오늘 나온 내용만으로는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할 수 없어 최종 보고회까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고회 현장에서는 붕괴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입장이 서로 다른 사하구청과 국방부 관계자 사이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방부는 붕괴 사면 위 예비군훈련장 연병장까지만 군 소관이라는 입장이고, 사하구는 연병장 아래 석탄재 매립 등에 대해서도 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인 결과 발표를 기다려 온 피해 유가족들도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는 "보고회에 참석한 유가족에게 주최 측이 자료도 제공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