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변호사 15%인 전관변호사 선임률 50%…전관예우는 현실"

대한변협·형정원,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마련' 심포지엄
변호사 선임 경험 일반인 700명·변호사 500명 대상 '실태조사'
검사장 등 '전관' 변호사들, 일반 변호사들보다 총 수임료 거의 3배
"일반공무원처럼 판·검사도 취업·수임제한기준과 연동해 상향 검토해야"
"결국 '현관'비리…판·검사 직업윤리·제도적 투명성 높이는 길로 가야"

4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마련' 심포지엄에서 황지태 연구위원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 인원의 15%(3082명)에 달하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절반(50.1%)에 이르는 선임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이른바 '전관예우'(퇴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과정 또는 결과에서 혜택을 받는 것)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의 실태조사를 통해 일정부분 확인된 셈이다.

4일 대한변협과 형정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마련' 심포지엄에서는 사법신뢰를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꼽혀온 '전관예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 자리에선 형정원이 지난 9~10월 변호사 선임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700명과 개인 또는 법인소속 변호사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한 설문 및 연구를 토대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됐다.

연구를 진행한 황지태 형정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인식조사에 그친 선행연구와 달리 데이터를 통해 '전관예우'가 업계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데 주목했다.


황 연구위원 발표에 따르면 변호사를 선임해본 적이 있는 일반인 700명 중 351명(50.1%)이 '전관'에 해당하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택했다. 특히 의뢰인들은 퇴직한지 2년 미만인 '전관' 변호사들(44.44%)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후광효과'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관'과 '비(非)전관' 변호사들의 차이는 수임료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황 연구위원은 '전관' 변호사들이 총 수임료에 있어 일반 변호사들보다 최대 3배의 금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형정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퇴직시 검사장·법원장급 이상이었던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평균 1564만원을 받아 평균 525만원을 받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과 약 3배의 격차를 보였다.

그는 "전관 변호사들이 일반 변호사들보다 수임건수 자체가 훨씬 많고 기본수임료가 비싸며 추가수입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평균 수입차이는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며 "전관효과는 퇴임시 직위와 퇴임기간과 물론 상관이 있고 퇴임기간이 길어지면 전관효과가 약화되긴 하지만 금방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 같은 경우는 최대 수임료를 5천만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졸부나 대기업 등을 변호하는 '거물급' 전관 변호사는 조사 특성상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큰물에서 노는 변호사들이 빠진 상태에서도 이 정도로 차등이 드러난 점이 유의미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전관 변호사들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엽 변호사는 "변호사법은 공직 퇴임 변호사의 2년 내 수임자료를 받고 법조윤리협의회에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출 정보에 수임료도 포함시키고 법조윤리협의회가 국세청의 세무자료도 조회해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며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4년간 소속됐던 부서와 관련있는 기관에 취업을 금지하고 있는 일반 공무원처럼 (전관의) 취업 제한기준을 수임 제한기준과 연동해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전관의 노하우가 법률시장에서 활용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전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던지, 다른 변호사들에게 '페어플레이(Fair Play)'가 허용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헌법상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결국 사법접근권의 관점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관예우'는 결국 '현관'(현직 판·검사)의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권과 재판권의 행사에 있어 사사로운 인연을 내세워 부당한 처분을 내리는 게 문제라 본다면 전관예우는 사실 '현관'의 비리"라며 "전관을 계속 배출하는 시스템 속에서 전관을 잡자, 라는 게 가능할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석자로 발언한 판사 출신의 이탄희 변호사(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그동안 자세가 잘못돼서 허리가 아픈데 자세를 바로잡지 않고 진통제만 먹으려는 전관예우 대책만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서 교수님 말씀처럼 '현관'들의 직업윤리를 명확히 하고 제도의 불투명성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를테면 (전관 변호사들의) 전화변론 경우에 변론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도 좋지만 사건을 처분할 때 해당사실을 기록하게 하는 식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면 판·검사들이 스스로 관점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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