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논란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아래에서 특감반원으로 일하다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법과 원칙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힌 지 하룻만에 재차 검찰을 겨냥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어제부터 확인되지 않은 관계자 발로 일부 언론에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단지 청와대에 근무했단 이유만으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세계일보가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검찰 수사관이 남긴 유서에 휴대전화 초기화를 시키지 말라는 요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이날 문화일보가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서초경찰서에 포렌식을 맡기겠나'라고 보도한 내용을 문제삼은 것이다.
A씨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초경찰서를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해 A씨 휴대전화를 확보한 검찰이 경찰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있지도 않은 유서 내용을 유출하고, 또 서초경찰서장이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근무한 이력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며 날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 숨진 A씨가 남긴 9장짜리 유서 내용 중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다" 등 검찰에 유리한 부분만 공개된 것에도 의도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에 따르면, A씨는 A4용지보다 크기가 작은 메모지 9장에 각각 서너줄 정도씩의 유서를 남겼고 대부분은 가족과 지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가족에 대한 배려를 부탁한다, 건강하시라" 취지의 석 줄짜리 유서를 남겼다.
하지만 검찰이 석 줄 가운데 "죄송하다"는 부분만 공개해 마치 A씨가 청와대 압박으로 위법행위를 한 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서 검찰총장에게 사과하는 듯한 인상만 줬다고 청와대 내부에서는 '부글부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여권은 "가족에 대한 배려를 부탁한다"는 부분이 A씨와 가족이 연루된 검찰의 별건 수사가 있었고, 검찰이 이를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서 내용을 선별해 공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고 대변인은 지난 2일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검찰의 압박, 별건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흘러나온다"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유 전 부시장이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정권 핵심인사들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통해 인사 청탁을 주고받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이 결정됐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것도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강조했다. 당초 단체 대화방 자체가 없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개인적으로 '열린 인사추천'을 한 게 와전됐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내려보냈다는 '지방자치단체장 김기현 비위 의혹' 첩보 문건이 단순한 진정서 형식이 아닌 범죄 구성요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경찰 양식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실 통상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반박했다. 청와대로 접수된 제보를 수사기관에 넘기기 위해서는 범죄혐의가 있는지 1차 판단을 거치고 이를 정리해 넘기는 게 통상적인 이첩 절차인데, 마치 '하명 수사'를 위해 가공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