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가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수사팀이 원한다면 아무 때나 이를 공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 가이드라인도 언론에 비공개하면서 이후에 있을 수사팀의 공표가 적절한지 검증할 방법도 없어졌다.
3일 서울동부지검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 관해 열린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 결과는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부지검 정규영 전문공보관은 "심의위에서 유재수 사건을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어느 범위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인지 비공개, 의결 결과도 비공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이 '공개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경우에 내부적인 결정을 거친 후 심의위가 결정한 범위 안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심의위가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이를 실제 국민에 공개할지 여부는 앞으로 수사팀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이달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했다. 원칙적으로 검찰은 수사 중인 형사사건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다. 다만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의위를 거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실상 검찰이 언론에 수사 상황을 알리고 싶을 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심의위가 해당 사건을 공개할지 여부를 심의할 때, 그 근거가 되는 자료도 모두 수사팀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사팀에서 공개하고 싶은 것은 다 공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전문공보관은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고만 대답했다.
심의위 구성도 검찰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에 따르면 심의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 10명 이하로, 민간위원이 과반 이상이어야 한다. 이때 민간 위원에게 특별한 자격은 요구되지 않고 기준 역시 따로 없다. 각 지방 검찰청에서 위촉하도록 돼 있을 뿐이다. 이들 명단과 선정 기준 역시 비공개다.
사실상 검찰이 원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공개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를 막자며 도입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검찰에 유리한 내용만 공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반대로 언론의 취재 폭은 좁아지면서 앞으로 '깜깜이 수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규정에 따라 언론은 '전문공보관'을 통해서만 검찰 접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공보관은 취재진 요청으로 해당 수사팀에 사건 내용에 대해 확인을 해준다거나, 취재진의 질문을 수사팀에 전달해 주는 역할은 일절 하지 않는다.
다만 수사팀이 심의위를 거친 후 공개하기로 한 사안에 대해서만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는 역할만 맡는다. 전문공보관은 수사와 관계없는 사람이 맡게 돼 있다.
정 전문공보관은 "수사와 관계없는 사람이 공보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게 법무부 훈령의 취지"라며 "사건 상황에 대해서는 답변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