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9일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을 30%로 낮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소득공제율이 40%인 정부 개정안 대신 여야 합의로 대체법안을 만들어 처리한 것.
정부가 제로페이에 높은 소득공제율을 주려 했던 것은 제로페이의 확산을 위해서였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지원책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제로'(0)인 제로페이를 만들어 추진했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이들의 비용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전통시장 등을 찾아 제로페이 홍보 행사를 벌여왔고 정부도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제로페이 이벤트를 이어왔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독자적인 제로페이 홍보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 여당의 지원 속에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급증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가맹점을 모집했는데 올해 11월 현재 30만개로 늘었다. 한결원은 내년 3월까지 가맹점을 50만개로 확대하고 2021년 3월까지 100만개를 모집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맹점은 늘어나고 있지만 결제비중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제로페이 결제 비중은 0.01%에 불과하다. 신용카드(55.1%)나 체크카드(43.9%)는 물론 직불카드(0.7%)와 선불카드(0.2%)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이다.
가맹점 확대에도 제로페이 이용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사용하는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은행 앱을 구동하고 비밀번호를 집어넣고 QR코드를 생성하고 다시 결제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카드 한 장 내밀면 결제가 끝나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는 이용편의성 측면에서 한참 뒤쳐져 있는 셈이다.
이같은 태생적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이용자에게 소득공제 40%를 내세웠다. 이는 신용카드 15%나 직불카드 30%, 현금결제 30%를 뛰어넘는 큰 혜택이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소득공제 40%'를 전면에 세워 제로페이 홍보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소득공제율 40%는 결국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결제 비중이 미미한데도 정부가 예산을 들여 제로페이를 추진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며 초기부터 제로페이를 반대해 왔다.
한국당이 제로페이를 필사적으로 반대해온 이면에는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
지난 10월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이진복 의원은 "제로페이 소득공제 40%가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왜 이를 홍보하느냐"며 "국회차원에서 제로페이를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도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제로페이에만 혜택을 과하게 준다면 신용카드 회사는 문을 닫아야한다. 직불카드 이용자들이 바로 빠져 나갈텐데 직불카드 이용자들한테는 왜 혜택을 주지 않는가"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것을 정부가 국민세금을 쓰면서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도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 국민세금을 들여 인위적으로 이득보게 하는 것은 서울시장을 정치적으로 돕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소위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정부안은 배제되고 대신 제로페이에도 직불카드나 현금과 똑같은 30% 소득공제율을 적용하는 의원 대체법안을 만들었고, 이어 29일 상임위에서도 통과됐다.
정부로부터 제로페이 보급과 확산 업무를 넘겨받은 민간기구인 한결원은 제로페이 소득공제율 인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문효주 한결원 기획본부장은 "아직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만큼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소득공제율보다는 제로페이가 가진 각종 할인 혜택을 알리는데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용 불편에도 소비자를 유인하는 핵심사항이던 소득공제 혜택이 무산되면서 가뜩이나 더딘 제로페이 확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