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쏘아올린 '스포츠 예능'의 부활…씨름 이어 농구·달리기 까지

'씨름의 희열', '핸섬 타이거즈', 'RUN' 등 스포츠 예능 속속 등장
스포테이너의 급성장과 예능 소재의 다변화 등으로 스포츠 예능 '부활'

지난달 30일 밤 첫 방송된 KBS2 '씨름의 희열' (사진='씨름의 희열' 캡처)
최근 예능판에 스포츠 바람이 불고 있다. 축구에 이어 씨름, 농구, 달리기까지 새로운 컨셉의 스포츠 예능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포츠가 예능 프로그램의 콘텐츠로 사용된 역사는 오래됐다. 2000년대 즈음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이 다양해지며 스포츠가 예능의 콘텐츠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큰 인기로 이어졌다. 일례로 출발드림팀(1999), 날아라 슛돌이(2005) 등은 당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랜 기간 방영됐다.

이후에도 스포츠 예능은 천하무적 야구단(2009), 우리동네 예체능(2013),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2015)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며 안방을 찾았지만, 서바이벌 오디션과 관찰 예능 등이 예능 콘텐츠의 대세로 자리잡으며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6월 '축구'를 소재로 한 예능 '뭉쳐야 찬다', '으라차차 만수로'가 연이어 출격 하며 스포츠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방송이 시작되고 두 프로그램은 각기 '조기축구 대결'과 '축구 구단 운영'이라는 차별화된 스포츠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JTBC '뭉쳐야 찬다' (사진='뭉쳐야 찬다' 캡처)
대세가 된 건 '뭉쳐야 찬다'다. 왕년에 각자의 분야에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전설들이 조기축구로 뭉쳐 티격태격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며 숱한 화제를 남겼다.

특히 축구계의 전설로 불리는 안정환이 감독을 맡아 선배 체육인들에게 당하는 모습이나,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농구계의 전설 허재의 허당미 등은 확실한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축구 소재 예능 열풍에 '다함께 차차차'가 합류했다. 스포테이너로 발돋움 한 이천수를 주축으로 연예인 축구단의 풋살 도전기를 그린 SBS플러스의 '다함께 차차차'는 좁은 경기장 속 긴박하게 이어지는 풋살 경기의 매력을 시청자들에 전한다.

이처럼 축구로 부활한 스포츠 예능은 분야를 확장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다시금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작한 KBS 2TV '씨름의 희열'과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SBS '핸섬 타이거즈', tvN 'RUN'이 바로 그것이다.

'씨름의 희열'은 화려한 기술과 탄탄한 몸을 가진 경량급 씨름선수들의 천하장사 도전기를 그린다. 방송에 앞서 온라인 상에서는 이 같은 씨름선수들의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씨름의 희열' 최재형 CP는 지난 18일 열린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씨름이 가진 박진감과 에너지 등 충분히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며 "그 매력을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은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프로그램의 뚜껑이 열리자 시청자들은 호평 일색이다. 첫회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실감나고 스피디한 연출이 매력적이고, 그동안 몰랐던 씨름의 재미를 찾았다'는 등의 긍정 반응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SBS도 '핸섬 타이거즈'를 통해 스포츠 예능 열풍에 합류한다. 현재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직 농구선수 서장훈을 주축으로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서장훈 (사진=자료사진)
특히 이 프로그램은 서장훈이 먼저 제작진에게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장훈은 다소 침체에 빠져있는 한국 농구에 힘을 불어넣고자 출연을 결심했다.

이와 관련 '핸섬 타이거즈'의 안재철 PD는 "농구 코트에서 벌어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 '리얼 바스켓'을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tvN 'RUN' (사진=CJ ENM 제공)
tvN은 배우들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신규 예능 'RUN'을 선보인다.

배우 지성의 첫 예능 도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RUN'은 달리는 즐거움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건강하고 유쾌한 '러닝 예능'의 탄생을 예고했다.

연출을 맡은 김현실 PD는 "최근 러닝 문화가 확산되며 달리기를 통해 자존감, 건강, 힐링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면서 "출연진의 달리기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 여러분도 숨가쁘게 달려온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힐링과 위로, 러닝 욕구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같이 속속 등장하는 스포츠 예능은 방송인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예능 프로그램을 주름 잡는 안정환, 서장훈 등 '스포테이너'의 급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 국민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분야와 방송가에서 전성기를 맞이한 이들 스포테이너의 친근한 이미지가 맞물리며 스포츠 예능 열풍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또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분야에 예능계가 눈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3일 CBS노컷뉴스에 "예능 쪽은 워낙 프로그램이 많아져 경쟁이 심화돼 제작진들이 소재를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인지도가 큰 분야라 이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뭉쳐야 찬다'를 통해서 축구 소재의 예능이 잘 된다는 것이 확인이 됐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 분야도 잘 될거라는 기대와 시선이 작용한 것 같다"며 "스포츠 예능은 운동 경기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유능한 스타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운동 스타들이 최근 많은 방송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것도 스포츠 예능 등장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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