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 "파격 인터뷰? 전 매일 밤 준비합니다"

삼성 이관희는 커리어 하이를 찍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팀의 중위권 경쟁을 이끌고 있다.(사진=KBL)
서울 삼성 이관희(31·190cm)는 한국 프로농구(KBL)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로 꼽힌다. 프로 데뷔 후 줄곧 벤치 멤버로 뛰다 30살의 나이에 팀 에이스로 우뚝 섰다. 여기에 코트에서 넘치는 승부욕으로 라이벌과 뜨거운 대결을 펼치고, 코트 밖에서는 통통 튀는 인터뷰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지난 시즌 이관희는 13.5점 3.8리바운드 1.7도움 1.4가로채기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삼성은 최하위에서 허덕였지만 그래도 대기만성한 이관희를 얻었다.

이관희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서도 평균 12.4점 3.6리바운드 1.7도움 1.8가로채기를 기록 중이다. 득점은 전체 국내 선수 중 8위, 팀에서는 국내 선수 1위를 달린다. 팀에서는 닉 미네라스(18.5점)에 이어 제 2 공격 옵션이다.

지난 시즌보다 득점과 리바운드 수치가 조금 줄었다. 그러나 출전 시간이 평균 29분49초에서 27분09초로 줄었다. 여기에 가로채기는 더 늘어나 올 시즌 전체 2위를 달린다.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가 더 좋아졌다는 뜻이다.

팀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10승(44패)에 머문 삼성은 올 시즌 초반이나 6강권에서 경쟁한다. 2일까지 8승9패로 부산 kt와 공동 6위를 달린다.

이관희는 특히 파격 인터뷰로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13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 후 이관희는 승리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전주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놨다. 라이벌인 연세대 1년 선배 이정현이 있는 전주 KCC와 17일 일전에 대비한 것.

특히 KCC는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라건아, 이대성 등 특급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슈퍼팀을 이뤘다. 이날 이관희는 "(이)대성이가 분명 살아날 것이지만 그 경기가 삼성전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16일) 인천 전자랜드전도 끝나고 바로 전주로 이동해야 하기에 연장전 없이 빠른 시간 내에 끝내도록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삼성 이관희가 KBL 휴식기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 시즌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사진=노컷뉴스)
현재 KBL에서 이런 답을 내놓을 선수는 이관희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이관희는 철저하게 준비된 인터뷰라고 강조한다.

KBL 휴식 기간 인터뷰에 응한 이관희는 "전날 경기 때 어떻게 플레이할지 세리머니를 할지와 이겼을 때 인터뷰 내용 등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제대 뒤 많이 뛰면서 인터뷰할 기회도 자주 생겼는데 훈련 뒤 마냥 누워 있기보다 예상 질문을 상정한다"면서 "안양 경기 때도 전주 경기에 대해 인터뷰를 준비한 것이고 이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 선수나 팀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이관희 같은 선수도 필요하다. 이관희는 이정현이 KGC인삼공사에서 뛰던 2016-2017 챔피언결정전에서 강하게 충돌한 이후 치열한 라이벌 대결을 펼치며 팬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17일 대결에서도 이관희는 32분을 뛰며 27점을 쏟아부어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 대해 이관희는 "맹활약이라 할 게 있나요?"라면서 "당연히 그 정도 팀은 이겨야 하는 건데"라며 여전히 도발적인 언급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원천은 끊임없는 훈련이다. 이관희는 팀에서도 소문난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 있다. 이관희는 "팀 훈련 4시간 외에 무조건 3시간 개인 훈련을 더 한다"고 말한다. "쉬는 날이면 혼자 2 대 2 상황에서 슛을 쏘고, 팀 훈련이 있으면 하루 목표로 300~350개 슛을 넣고 감각이 좋지 않으면 400개를 쏜다"면서 "한 달 정해놓은 목표가 있어 매일 기록하는데 현재 31%대인 3점슛 성공률을 35~36%까지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이관희(7번)가 지난달 17일 KCC와 전주 원정에서 27점을 퍼부으며 승리를 이끈 뒤 팀 동료 제임스와 기뻐하는 모습.(사진=KBL)
좌충우돌 같지만 지난 시즌보다 한결 더 성숙해지기도 했다. 이관희는 인터뷰 내내 팀 후배 김준일(27·202cm)을 챙겼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에는 국내 빅맨이 부족해 팀이 힘들었는데 올 시즌은 준일이가 골밑에서 버텨주면서 정말 큰 힘이 된다"면서 "준일이가 (이상민) 감독님 이하 선수들이 믿고 의지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준일은 현재 11.2점 5.0리바운드 2.3도움 1.1가로채기 0.5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득점에만 신경쓰던 지난 시즌과 또 달라졌다. 목표도 수정했다. 이관희는 "사실 시즌 전 감독님에게 개인 목표로 준일이와 함께 국내 선수 득점왕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시즌 치르면서 목표가 바뀌었다"고 했다. "지금도 득점왕은 가능하다"고 여전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그러나 팀 공헌도 톱10에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관희는 팀 공헌도에서 국내 선수 11위(338.84점)다. 김준일이 7위(376.35점)를 달리고, 이정현이 바로 앞선 6위(395.87점)다. kt 허훈이 국내 1위(465.62점)를 질주한다. 단순히 득점보다 팀 승리를 더 챙기겠다는 이관희다.

경기에서도 후배들을 배려한단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까지는 득점에만 신경쓰는 선수였다"면서 "그러나 올 시즌 김동욱 형(38)을 빼면 코트에서 제일 고참일 경우가 많아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 챙기지는 못하지만 천기범이나 김현수 등 후배들이 안 풀리면 이럴 때 슛을 쏘라고 말한다"면서 이관희는 "이겨도 나만 잘 하기보다 다른 선수도 무언가 하나를 해야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희는 9일 동안 휴식기를 마치고 3일 오후 7시 kt와 원정 경기에 나선다. 공동 6위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이관희는 "이번 주에 kt와 연전을 치른다"면서 "봄 농구를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전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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