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원우 특감반원, 왜 유서에 '윤석열' 언급했나?

'유서'에 윤석열 총장 이름 언급…"남은 가족을 잘 부탁한다"
여권서 檢무리한 수사 의심의 눈초리도…핵심 관계자 "유서에 별건수사 언급"
검찰 "고인 아직 피의자도 아니었다"…애도 속 수사내용 말 아껴
1차 부검 결과 범죄 관여성 없는 것으로…극단 선택 가능성↑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오후 숨진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관련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산하의 검찰 출신 특감반원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숨진 배경을 두고 여권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했고, 야권은 청와대의 압박을 원인으로 돌리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찰수사관 A씨가 전날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숨진 곳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법무사의 사무실이었고 지인 대여섯명이 업무 관련 공유해오던 장소로 알려졌다.

이 사무실에서는 A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형식의 메모가 여러장 발견됐다. 여기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윤석열 현 검찰총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남은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백 전 민정비서관 산하에서 비공식 사정 관련 업무를 맡아온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원'이었다. 그는 최근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촉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첩보 문건 전달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고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상황을 울산까지 내려가 챙겼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유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올라 한 번 이상의 검찰 조사를 받았고, 숨진 채 발견된 당일 오후에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
A씨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택하고 유서에 '윤석열' 이름이 나온 것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A씨의 유서에) 우리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별건 수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이유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겨냥했다.

검찰은 최근 A씨를 조사하며 '하명수사 의혹' 첩보 관련 외 개인사까지 다룬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검찰의 수사가 A씨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A씨가 청와대 전화에 괴로워했다"며 청와대의 압박을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A씨는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와서 괴롭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국민들은 '자살 당했다'고도 말하는데, 이 정부 들어서 타살적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곽상도 의원도 "(A씨가) 청와대 재직 중 했던 업무가 아무런 문제나 범법 행위가 없다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추론했다.

검찰은 A씨의 조사과정에 특별한 강압수사 등은 없었다는 입장과 함께 최근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인은 아직 피의자도 아니고, 책임을 져야하는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당황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최근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는 핵심 인물인 A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이날 오전 부검을 실시한 결과 별다른 범죄 관련성은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오늘 오전 부검한 결과 '특이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검의의 구두 소견을 받았다"며 "현장감식, CCTV, 유족 진술 등으로 보아 현재까지 범죄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약 2주 뒤 나올 예정인 최종 부검결과와 행적 수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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