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의 부담이 큰 자동차보험료가 한번에 큰 폭으로 인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와의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보험료 인상 수순 '손해율 급등'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그리고 삼성화재 등이 최근 보험료 인상을 위해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이는 보험료 인상을 위한 사전 단계로 의뢰를 받은 보험개발원은 사고통계를 바탕으로 인상수준이 적정한지 등을 분석해 2주 이내에 해당 손보사에 결과를 전달한다.
보험개발원의 검증은 의무는 아니며 손보사들은 검증 결과를 참고해 자사의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각 손보사들이 앞다퉈 보험개발원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최근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큰 폭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며 최근 '빅4' 손보사의 손해율은 9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일부 손보사의 손해율은 120%까지 치솟기도 했다.
손해율 120%는 고객으로부터 보험료 100원을 받아 12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한마디로 손해를 보며 보험을 팔고 있는 셈이다. 손보업계는 적정 손해율을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악화된 이유는 다양하다. 한방 진료비 지급 급증, 자동차 공임 상승,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상향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매년 25%씩 한방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고, 자동차 수리비도 10%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 손보사 "10%25 인상" vs 당국 "경영 내실화부터"
그 결과 국내 손보사들의 올해 1~3분기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은 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액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의 거의 기정사실화 된다"면서 "최근에 원가 인상이 많이 됐는데 앞선 두차례 보험료 인상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소비자 부담이 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억제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자릿수 인상이 실현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2일 손보사 영업실적을 공개하며 "사업비 증가 및 손해율 악화에 따른 장기보험의 이중고 및 자동차보험의 손익개선 지연으로 보험영업손실이 심화되고 있다"며 손보사의 경영상황을 평가했다.
다만 "손보사는 현재와 같은 단기적 외형경쟁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반의 내실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영악화 원인과 해법을 손보사 내부에서 찾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보험료 대폭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대부분 전가시키기 보다는, 보험료는 일부 인상하되 경영 내실화 등 자구책 마련도 동시에 주문하는 등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