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근본 없는 한국당과 더 이상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사실상 정치적 협상을 종료한 상황이고,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야3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및 민생법안 처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 "집단 인질극", "쿠데타의 후예"...열받은 與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단단히 화가난 모양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단 인질극", "당리당략에 의한 폭거", "몰염치" 등 거친 단어로 한국당을 비판했다.
전날 열린 원내대표단.상임위원장.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군사 쿠데타 후예다운 전제적 정치기획"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연일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199개 안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개정안.사립학교법 개정안.학교급식법 개정안)에 한해 필리버스터를 준비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가 걸리자, 민주당도 더 이상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도 바보처럼 '협상 좀 하시죠'라면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느냐"며 "(한국당에서) 먼저 협상 의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협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 2020년도 예산안과 선거법...돌파 시나리오
민주당의 전략은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현재 한국당이 거의 대부분의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방침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향후 어떤 안건도 상정하기가 곤란하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는 즉시 정기국회는 회기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는 사실상 '식물 국회'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은 현행법상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 예산안만큼은 한국당도 표결에 참여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먼저 상정해 처리한 다음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개혁법들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되면, 12월 10일 정기국회가 끝난 뒤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개혁법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로 표결이 지연된 안건은 다음 국회 본회의에서 무조건 첫 번째 안건으로 표결을 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당이 예산안 처리 이후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민주당은 12월 10일 정기국회가 끝난 뒤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본회의를 개최한 뒤 선거제 개편안을 첫 번째 표결 안건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때는 한국당이 더 이상 필리버스터로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지연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느냐다.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다면, 그 전까지는 여야 4당 간 합의된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호남 의원, 민주평화당, 무소속 의원 모임 '대안신당' 측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지역구 240석.비례대표 60석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선거제 단일안을 합의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달 초중순쯤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일단 예산안 물밑 협상 등을 통해 바른미래당 당권파.호남 의원,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측으로부터 합의안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합의를 원칙으로 해서 의사진행 및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민식이법 등을 처리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