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생겼다" 현대건설에서 펼치는 헤일리의 '행복 배구'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다시 돌아온 V-리그 무대. 헤일리 스펠만이 마주한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이 찾아왔고 덕분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헤일리는 그렇게 현대건설에서 행복 배구를 꿈꾼다.


헤일리가 한국과 연을 맺을 것은 지난 2015년이다. V-리그에 처음 도입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헤일리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팀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헤일리는 득점 전체 1위(776점)에 올랐다. 특히 V-리그 데뷔전이던 2015년 10월 14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는 51점을 몰아치는 활약을 펼쳤다. 여자부 역대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당시 인삼공사는 헤일리 의존도가 높았다. 공격 점유율이 44.7%에 달할 정도로 헤일리가 팀 공격의 절반을 담당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득점 1위에 오른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다.

다시 찾은 V-리그. 이제는 헤일리가 짊어질 짐이 줄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낮은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폭넓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헤일리는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맞대결에 선발 출전해 팀 내 최다인 18점을 기록하며 3-1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달 28일 GS칼텍스와의 V-리그 복귀전에서 12개의 범실을 쏟아냈지만 이날은 단 3개의 범실에 그치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헤일리는 "내가 생각해도 첫 경기에서 잘하지 못했다. 연습이 부족한 상황이라 많이 긴장했다"라며 "그래도 감독님이 많이 응원해주셨다"라며 "계속 훈련하면서 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과의 동행에도 만족감을 느낀다. 그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 너무 좋다. 처음에는 다시 돌아온 게 맞나라는 생각에 어리둥절했는데 감독님과 선수들이 지지해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라고 한국 무대 복귀 소감을 전했다.

힘들었지만 과거의 경험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헤일리는 "사실 인삼공사 시절 힘들었다. 그런데 시즌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갔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얘기를 많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아직 한국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고 느꼈다"라며 "힘들었지만 좋았다. 나를 성장시킨 좋은 리그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돌아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공격 분포도가 좋은 팀이다. 이날도 헤일리를 포함해 양효진(15점), 고예림, 정지윤(이상 14점), 황민경(12점) 등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헤일리의 부담감도 줄었다.

헤일리는 "인삼공사에서는 항상 공격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는데 현대건설에서는 공의 분배가 좋다"라며 "그래서 상대의 전술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도희 감독도 헤일리가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감독은 "헤일리가 훈련 이후 올라온 느낌이 들었다"라며 "세터 이다영과의 호흡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온 공을 범실 없이 해준 부분은 긍정적이다. 훈련을 통해 계속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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