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도 자주 볼 수 있을까요? 이영애의 답변

[노컷 인터뷰] 영화 '나를 찾아줘' 정연 역 이영애 ②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나를 찾아줘' 이영애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는 이영애를 인터뷰하기 위해 17개 매체 취재진이 모였다. 목소리가 작고 힘이 없어서 마이크를 쓰게 됐다는 이영애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밝은 인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유머 감각과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타일이었고, 덕분에 인터뷰 장소에서는 꽤 자주 웃음이 터졌다.

이영애는 최근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등장했을 때 짧은 분량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끌며 네티즌들로부터 '얼굴 대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시대를 타지 않는 미모인 걸 본인도 인정하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이 나오자, 이영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질문한 기자를 향해 "멀리 계셔서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지, 가까이 계신 분들은 (그런) 질문 안 하시지 않나?"라고 답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결혼 후 좀 더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겼다는 이영애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없었냐는 질문에도 "대본을 주셔야 하죠"라고 답해 다시금 웃음을 유발했다. 올해로 데뷔 29년을 맞은 베테랑의 노련함과 유쾌함이 빛났던 인터뷰를 옮긴다.

일문일답 이어서.

▶ 영화를 보러 극장에 찾아가기에는 무거운 소재라는 반응도 있다.

생각보다 너무 무겁다거나 (영화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몰아가는 것도 있는데, 저는 스릴러라고 보지 않고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보시는 것보다 무겁지는 않으니, 너무 어둡거나 그런 쪽으로만 어필은 안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누구나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니까, 굳이 엄마-아들 관계, 부모와의 관계를 떠나서 다 볼 수 있는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어필하고 싶다.

▶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내용인데, 영화 찍기 전에도 이런 쪽에 관심이 있었나.

저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다들 관심은 누구나 있지만 먹고살기 바쁘니까… 사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자기 현실에 열중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이런 영화가 메시지를, 울림을 준다면 (실종 아동 포스터를) 한 번 볼 것을 두 번 보게 되지 않을까. 실종 (아동) 가족에게 너무 포커싱을 주는 것보다는, 관객분들 스스로 자각하게 하는 울림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나를 찾아줘'는 개봉 전부터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초청받았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얼마 전에도 연락받았는데 많은 해외 유명 영화제에 초대받고 있다고 한다.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렇게까지 관심 있게 봐주시는구나', '작품성 있게 생각해주는구나' 해서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힘을 얻고 있다.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나를 찾아줘'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사진=㈜26컴퍼니 제공)
▶ '나를 찾아줘'가 어떤 영화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기자분들께서 너무 잘 써 주셔서 저는 더 이상 표현할 표현이 없는데 (웃음) 어쨌든 '다시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제자리에 섰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작품과 역할이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 '겨울왕국 2'라는 막강한 상대가 있는데 걱정되지는 않나.

그러니까. 스크린을 너무 많이 가져가셔서. (일동 웃음) 조금만 더 주셨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한국 영화가 잘 되어야지 좋지 않나, 여러 가지로. 한국 영화를 살려준다는 생각으로 한번 보시고 (일동 웃음) 두 번 보시고! 요즘 나오는 트렌드의 영화가 있지만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영화가 잘되면 후속으로도 나올 수 있지 않나. ('나를 찾아줘'가) 하나의 첫 스타트를 끊는 영화가 되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

▶ 공백기가 길었는데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

있었다. 있긴 했지만, 제가 늦게 결혼해서 늦게 아이 낳고 아이가 지금 9살이고 쌍둥이여서 엄마 역할이 커졌다. 그거 하는데도 힘들더라. 항상 일했으니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게 있었다. 지워질 순 없다. 근데 대본을 주셔야 한다. (웃음) 제가 혼자 제작할 것도 아니고. (웃음) 잘 써 주세요. (일동 웃음)

▶ 쉴 때 대본이 많이 들어왔나.

좋은 작품도 있었겠지만 이게 다 시기적으로 맞아야 하지 않나.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이 클 때가 있으니 그 텐션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나를 찾아줘'는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 본업으로 돌아왔는데 자녀에게 응원받은 게 있는지.

우리 딸이 얼마 전에 제 경쟁작 '겨울왕국'을 보러 가서 본인도 미안했던지 '친절한 금자씨' 인증샷을 보내왔다. (일동 웃음) 그게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 제가 촬영할 때는 (애기) 아빠가 애들 잘 케어하고 그것만으로도 영화 찍는 데 많이 도움이 됐다.

▶ 오랜만에 영화계 현장에 복귀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나. 좋은 점을 얘기해 주어도 좋다.

좋은 점? 촬영 시간이 이제 조금 달라졌다. 그래서 뭐 저는 아이를 키우니까 시간 왔다 갔다 하기에 좀 수월했던 것 같다. 달라진 점은 크게는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뭐… 오랜만에 현장에 오니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밥차도 맛있었다. '오늘 메뉴는 뭐지?' 하면서. (웃음)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집에서 이것만 고민하다가 '오늘 저녁엔 뭐가 나올까?' 하는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웃음)

'나를 찾아줘' 촬영 현장, 이영애의 모습 (사진=㈜26컴퍼니 제공)
▶ 과거와 현재, 영화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는지.

음….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근데 오랜만에 하니까 조금 더 집중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은 제가 가정을 갖고 있지 않나.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조금 더 짧은 시간 안에 집중했다가 빠져나온다. 집에서는 제가 '나를 찾아줘' 역할을 하면 안 되니까. (일동 웃음) 집에 와서 공허한 눈빛을 하고 신랑을 바라볼 순 없지 않나. 역할 분담을 하기 위해서 (일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예전엔) 집에 왔을 때도 '금자는 어떻게 할까?' 하고 온종일 저만 생각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쉽지는 않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이 대부분 잘됐다.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음… 대부분의 배우들 다 비슷할 텐데 저 같은 경우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첫 느낌을 참 중요시한다. 그 감이라고 하지 않나. 본인의 촉, 감을 느낀다. '대장금 왜 하지?' 의아해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그런 본인과의 기운 (웃음) 그런 걸 생각한다.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폭넓은 역할, 다양함, 새로움, 아니면 주제 의식, 그리고 통틀어서 스토리 구조, 전개도 보고. 받았을 때 처음 읽고 나서의 감이 좋았던 것 같다.

▶ 작품을 선택할 때 가족들과 상의하는 편인가.

결혼한 이후는 애기아빠랑 많이 상의한다. 이 작품도 애기아빠랑 같이 읽었다. 바쁘셨다. 스태프들 고기도 많이 사 주시고. (웃음) 애기도 많이 봐주시고 감사하다고 써 주세요. (일동 웃음)

▶ 남편도 촉이 좋은 편인가.

애기아빠도 촉이 좋다. (웃음) 촬영감독님하고도 잘 아니까 편집할 때도 보고. 우리 애기아빠가 되게 이성적인 분이라서 웬만해선 좋은 소리 안 하시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다. '아, 500만 걱정 없겠다' 그래서… (일동 폭소) 전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그랬다. (일동 웃음) 되게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분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진짜 좋은가?' 생각하게 되더라.

▶ 아이들과 같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지금 가끔 TV에 '대장금'이 나오는데 (애들이) 별로 관심이 없더라. (일동 웃음) 보라고 해도, 같이 보자고 해도 애들이 같이 볼까 모르겠다. 가끔 애니메이션 더빙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게, 조연이라도 제 목소리가 (애니메이션에) 나오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해서다. 연기는 안 했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나 사는 모습 보여드렸던 것도, 아이들하고 같이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아이들한테도 좋은 기록을 남겨주고 싶었고.

▶ 신비주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의외로 가족 이야기는 스스럼없이 오픈하는 느낌이 있다.

애들이 좋아한다. (웃음) 딸이 방송 분량에 욕심이 좀 있다. (일동 웃음) 그냥 엄마 마음이다. 언제 한 번 (방송사에서 촬영하러) 와 보겠나. 10년 후에 그럴까? 엄마 나올 때 묻어서 나오라는 아주 단순한 욕심으로 시작했다. 너무 많이 하면 안티 늘어나니까 조금만. (웃음) 엄마 욕심에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더라.

'나를 찾아줘'는 김승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배우 이원근, 박해준, 이영애, 김승우 감독, 유재명. 세 번째 사진 왼쪽부터 김승우 감독, 이영애, 유재명 (사진=㈜26컴퍼니 제공, 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산소 같은 여자' 등 본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뚜렷한 편인데, 복귀하고 나서 새롭게 갖고 싶은 이미지가 있나.

제가 '이미지를 이렇게 만들어야지!' 해서 한 건 사실 아니었다. 20~30대 때는 성격적인 면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이미지는) CF 영향으로 신비주의처럼 된 게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근데 이제 가정을 갖고 많이 편해져서, 저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가지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게 작품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더욱 편해지고 폭넓게 생각하게 됐다. '이런 이미지 가져야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다양하게 연기 색깔을 여러 가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이유도 있었다. 결혼 후에는 그전보다 감성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저도 저를 찾는, 40대 이후의 저를 찾는 게 이 영화('나를 찾아줘')가 될 거다. 저도 저를 배우로서 알아가는 그런 과정의 일환이지 않을까. 저도 저의 새로운 면을 보니까 재밌고 (웃음) 나한테도 저런 눈빛이 나오는구나, 하면서 저도 저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서 걸그룹 활동도 욕심난다고 밝혔는데.

일단 제가 음악을 좋아한다, 실력을 떠나서. 그냥 음악을 좋아하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앨범 하나가 내는 거다. (웃음) 또 남태평양 가서 스쿠버다이빙 하는 게 있다. 예전에 '봄날은 간다' 김윤아 씨 OST가 원래 저한테 들어와서 큰일 날 뻔했다. (일동 웃음) 대학교 때 노래 서클을 들어서 학교에서 콘서트를 한 번 한 적도 있다. 이렇게 어필을 해도 연락이 안 오더라. (웃음) 웃자고 한 소리다. (일동 폭소)

▶ 그럼 앞으로 작품 선택할 때 노래해야 하는 캐릭터나 장르를 고를 가능성도 있나.

제가 할리우드에서 태어났으면 '물랑루즈' 같은 그런 작품도 꿈꿔보기는 한다. (웃음)

▶ 청룡영화제 시상자로 나왔을 때 네티즌들이 '얼굴 대상'이라고 한 반응을 아나. 시대를 타지 않는 미모라고들 하는데 본인도 인정하나.

아니다. 그건 아니다. 멀리 계셔서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지, 가까이 계신 분들은 (그런) 질문을 안 하시지 않나. (일동 폭소) 멀리 있으면 그렇게 보인다. (웃음)

▶ 앞으로 배우 이영애도 자주 볼 수 있을까.

잘 써주시면… (일동 폭소) 저도 자주 뵙고 싶다. 하루빨리 여러분들 다시 뵙고 싶다, 이 자리에서. (웃음) 감사드리고, 복 많이 받으세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일동 웃음) <끝>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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