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야 관계…민주당 돌파 전략은?

與, 한국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인한 본회의 무산에 이틀째 맹비난
"신속한 검찰 수사·여론으로 한국 고립" 등 나왔지만 구체적 대안은 없어
원내지도부 "한국당과 협상 않겠다"며 野4당과 패트 공조 의사
다만 협상 주도 못하고 野4당 합의 결과 기다려야 하는 상황
대안·평화 "호남 유지" 정의 "비례성" 등 목소리 달라 합의 도출 미지수

자유한국당이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 개회를 1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각에 199건에 달하는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하면서 정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에 유치원 3법과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책임을 강하게 물으며 해법 마련에 나섰지만 현재 상황을 주도하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을 처리할 묘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30일 중진의원-상임위원장-원내대표단 연석회의를 열었다. 타개책 마련을 위해 여야 협상 실무진과 선배 의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이다.

연석회의는 성토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한국당이 상상도 하기 힘든 생각으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어 민생입법은 물론 국회 전체를 마비시켰다며 전날에 이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민생·경제 법안을 볼모 삼고 국회와 국민을 완전 장악해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군사 쿠데타의 후예다운 전제적 정치기획에 깜짝 놀랐다"며 "특히 민식이법을 협상 카드로 내세운 것은 비정한 정치의 결정판"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식이법도 필리버스터의 대상이냐는 비난이 빗발치자 한국당은 선심 쓰는 선거법 개정을 철회하고 5개 법안의 필리버스터를 수용하면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본회의에 상정시켜주겠다고 했다"며 "자신들의 불순한 음모를 가리기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한 것을 넘어 또 다시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법들을 정치적 볼모로 삼는 이 패악질에 할 말을 잃었다"고 개탄했다.


한국당의 행태를 맹비난하기는 했지만 당장 오는 3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법안의 부의로 인해 본격 처리에 나서야 할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에 대해서는 정작 뚜렷한 해법들이 제시되지 못했다.

"검찰이 지난 4월 일어난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 "국민들께 호소해 여론으로 한국당을 고립시켜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외하면 그나마 방안을 제안한 의원들도 많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도 "국민과 함께 결연한 비상행동으로 단호히 응징하겠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요청한다"고만 말을 아꼈다.

한국당을 고립시키면서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가시적인 방안은 지난 4월 민주당과 함께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참했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신당, 정의당 등 야당들과 협력해 한국당을 배제한 채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계획대로 협상하지 않고 한국당이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도록 만들 것"이라며 "이는 야 4당과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있었던 의원총회에서도 한국당과의 협상을 어떻게든 다시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은 전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여야 1+4 조합을 통한 패스트트랙 법안 가결이 유력한 방안으로 부상했지만 야 4당 간 의견 차가 여전히 존재해서 의결 정족수인 148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과거 국민의당 시절 '민심그대로'의 선거결과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현재는 호남지역구 축소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 정의당은 비례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를 삼고 있으며, 바른미래당은 같은 당임에도 당권파와 비당권파, 옛 바른정당계가 중심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간 생각이 달라 좀처럼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구 의석 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현재 패스트트랙 안인 225 대 75에서 240 대 60 내지는 250 대 50으로 변경하는 안부터 비례대표 의석의 연동 비율을 현재 안의 50%에서 늘리느냐 줄이느냐를 두고 5당 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례의석을 줄이고 연동 비율도 줄이자는 한국당을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면 호남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는 250 대 50에 연동비율을 50%보다 조금 높이는 방안이 유력게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의석 감소를 우려한 민주당을 위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는 현행 선거법처럼 정당 득표율로, 나머지 일부는 연동형으로 나누자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초에도 한국당과의 협상은 나머지 야당과의 합의가 됐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안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야당의 합의에 따라간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우선 야 4당이 합의를 해야 하는데, 혹시 이들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에는 원안(225 대 75, 연동비율 50%)을 두고 표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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