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집회 시위 건수는 약 6만8000건으로 지난해(4만3000명)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루평균 187건의 집회가 열리는 셈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 중 하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집시 소음이다.
대개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해 집회 시위를 진행하다 보니 소음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고 주변의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심지어 '맞불 집회'라도 열릴 경우, 서로 스피커 소리를 키우며 '세 대결'을 펼치는 일은 부지기수다.
예컨대 밤낮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침묵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며칠 전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집회 금지 탄원서를 제출하자, 경찰은 장기 집회를 벌이고 있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와 톨게이트 노조 측에 야간(오후 6시~오전 9시) 집회를 금지하는 '제한 통고' 조처를 내렸다.
집시 소음 문제는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연도별 소음 측정 현황'을 보면, 2018년에 집시 소음을 측정한 8,855건 중 2,553건이 '유지·중지' 조치를 받았다. 경찰은 집시 소음이 기준치를 넘어가면 기준치 아래로 소음을 유지할 것을 명령하고, 주최 측에서 이를 지키지 않을 때에는 다시 소음 중지 명령을 내린다.
집시법 시행령 제14조에 명시된 집시 소음 기준은 주거·학교·병원·공공도서관의 경우 주간 65db(야간 60db) 이하, 기타지역은 주간 75db(야간 65db) 이하로 되어 있다.
기동대 소속 한 경찰관은 "종로, 서초, 남대문 등 맞불 집회가 자주 열리는 곳에서는 집시 소음이 어느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인지 파악이 어렵다"며 "이 경우 현장 소음 측정치가 기준을 넘어가더라도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집시 소음은 10분 동안의 소음을 측정해 '평균치'를 내게 되어있다"며 "소위 말하는 '꾼'들은 소음을 키웠다 줄였다 하며 평균치 아래로 소음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시위 주최자만을 처벌하게 돼 있는 시행령 규정이 공백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 한 경찰서의 경비반장은 "소음 기준을 어겼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건 시위 주최자"라며 "그런데 경찰이 소음 중지명령서 등을 전달하려 해도 주최자가 현장에 없거나 숨어있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경찰관은 "이런 경우 우선 채증을 해두고 나중에 담당 지능과로 수사통보를 한다"며 "시민들이 해결을 원하는 소음 문제를 당장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집시 소음이 심각해 수사단계까지 가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을 받는 경우는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경비 경찰은 "집회 소음 측정은 배경 소음 등도 측정해야 해 절차가 복잡하다"며 "혹여 수사단계까지 가더라도 적법절차를 어겼다고 불기소 처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껏해야 50만 원 벌금 처분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자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집회 시위는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행령 자체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놓은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심각하게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시행령을 구체화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