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ETN 상품은 코스피 200지수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수익을 내지만, 이 구간을 벗어나 폭등·폭락할 경우 손실을 입는 구조다. 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신탁형으로 양매도 ETN을 판매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나은행의 양매도 ETN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자 ETN을 포함해 시중은행의 모든 신탁상품에 대해 검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신탁상품 판매 부문 검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전체적으로 신탁상품 판매와 관련 무더기로 제재를 받았다. 지난 달 말 KB국민은행에 대해서도 제재심을 열어 '기관경고'를 내렸고, 신한은행도 같은 시기에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에 두 은행에 대한 과태료 조치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금감원은 특히 은행들이 신탁상품을 사모펀드처럼 판매한 것을 문제라고 봤다. 신탁은 고객(위탁자)이 소유하고 있는 특정 재산을 은행(수탁사)에게 맡겨 관리·운용·처분하도록 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고객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신탁이 사실상 은행과 위탁자의 1대 1계약인데도, 은행들은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홍보해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테면 맞춤형 양복이라고 해놓고 기성복을 판 셈이다. 판매 과정에서도 안정성향 투자자에게 고위험상품을 판매해 적합성 원칙을 어겼거나 설명서를 제대로 교부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 요소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신탁은 개인 간의 계약으로, 신의를 갖고 돈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은행들이 신탁을 펀드같이 판매한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DLF 후속대책으로 신탁 규제를 빼달라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판매했던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달 29일 대한상의 조찬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신탁 판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 "12월 중으로 주요 은행장들과 만날 일정을 잡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