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부인하고 보는 정치인들…김수영 구청장은 다를까?

김수영 양천구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청사를 출입하던 시절 현직 검찰간부로부터 들은 얘기 가운데 '1도 2부 3백'이란 말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검찰에 수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수사 초기 보여주는 행태를 종합해 얻게된 일종의 '경험통계'인 셈인데, 소환통보를 받으면 도망 즉 줄행랑을 치고 두번째는 무조건 오리발을(부인) 내밀고 그래도 안되면 백을 동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기준에 견줘 혐의자들의 행태를 살펴보니 잠적하거나 해외도피하는게 다반사였고 소환조사에 응하는 경우 소환전후 무조건 본인에게 두어진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물론 백을 동원하는 지 여부는 내밀하게 이뤄지는 일이라 알 수가 없다.

소환되기 전 또는 소환 당시 혐의를 부인하던 사람들은 결국 사법처리되면서 애초 자신의 결백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명예가 높은 사람일수록 결백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소환되면서 검찰에 가서 얘기하겠다거나 침묵하는 사람들은 양심적이다.

나중에 깨닫게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 유력자일수록 돈이 많은 부자일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더 세밀하게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일단 부인하고 보는 것도 자기방어를 위한 전략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불편하다. 그들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데서 오는 배신감도 있을 수 있고 단순히 거짓말에 대한 어이없음일 수도 있다.

정치인의 빌공자 공약 만큼이나 잦은 "나는 결백하다"는 거짓말도 대중들이 공분하게 되는 지점이고 갈수록 불신이 쌓여가는 이유 중 하나다.

386세대의 중심에 서서 사회변혁을 실천했던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당직을 거쳐 서울에서는 드물게 여당 소속으로 재선구청장을 지내고 있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구정을 바르게 추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정치인으로서 절제된 언행을 보여왔던 사람이라 검찰의 전격적인 구청장실 압수수색을 대하는 시민들의 놀라움이 더욱 컸다는 말도 나온다.

김수영 구청장도 자신에게 두어진 혐의점과 관련해 "양천지역의 A 사업가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A 사업가는 하나로마트 허가를 받고자 돈을 줬다지만 결과적으로 (구청으로부터)허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불이익만 받았다"고 전했다.

검찰이 여당 소속 재선 구청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는 그만한 근거가 있었을 것이란 점을 놓고 보면 사법처리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도 있다. 사업가 A씨는 검찰에 금품을 건네는 장면이 담긴 CCTV도 제출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인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도 걸린 일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

'한푼도 안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이면 김 구청장은 모든 걸 지킬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정치생명도 명예도 잃고 말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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