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토벤' 박현우 "유산슬 매력? 고음 반 비음 반"

15분 뚝딱 작곡 비결은? "바이올린"
유재석, 처음 치곤 잘해..비음 80점
신인 키우는 게 기쁨, 또 발굴하고파
"있을때 쓰고 젊을때 놀고" 긍정 인생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현우 작곡가(박토벤)

여러분, 유산슬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중국 요리 맞습니다. 그런데 유산슬이 요즘 인기 검색어에 자주 오릅니다. 무슨 일인고 하니 유재석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로 데뷔를 했는데 그 이름이 유산슬인 거예요. 이 유산슬 씨가 부른 합정역 5번 출구라는 트로트 곡 역시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베테랑 트로트 작곡가가 15분 만에 뚝딱 만든 노래입니다. 뚝딱이어서 더 화제인데.

일명 박토벤으로 불리는 작곡가 박현우 씨. 이분의 작품이에요. 오늘 금요일 화제의 인터뷰. 박현우 씨를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 선생님.

◆ 박현우>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반갑습니다.

◆ 박현우> 그래요?

◇ 김현정> (웃음) 예, 그렇습니다. 제가 좀 들어보니까 지하철을 타기가 무서울 정도로 요즘 좀 그렇다.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 박현우> 방송이 나가고 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알려지니까. 너무 알아보고 해서 주위 사람들도 이제 지하철 타지 마라. 그래서 요즘 택시비가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희한테도 방송국 차를 좀 하나 보내줄 수 있느냐 그러시더라고요. 그럴 정도로 지하철 타기가 겁날 정도. 팬은 어떤 팬까지 만나보셨어요?

◆ 박현우> 연령층이 없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연령층이 따로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막 초등학생 이런 친구들도 알아보나요?

◆ 박현우> 초등학생들은 아직 못 봤고요. 청년층하고 40대, 50대, 60대. 그래서 나는 방송이 나가고. 나는 말을 원래 못해요, 내가. 말을 못해요.

◇ 김현정> 원래 달변은 아니세요?

◆ 박현우> 달변은 못하는데 방송 나가고 난 후에 나 보고 말 잘한다고.

◇ 김현정> 그럼 그 방송에서 말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편집의 힘입니까?

◆ 박현우> 그게 아니고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무대에서 밴드 마스터로 악단 생활을 하다가 한 30년 간 해가지고 무대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무대 노하우가. 카메라 불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지금도 말씀 잘하고 계세요, 선생님.

◆ 박현우> 교회 같은 데 가서도 내가 나도 모르게 간증도 하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평상시에는 말을 못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냐 그래가지고 나는 이상해요.

◇ 김현정> 이상하세요. 아니, 곡을 달라는 사람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겠어요.

◆ 박현우> 훨씬 많죠. 하루에 두세 통씩 지방에서도 오고.

◇ 김현정> 지방에서도 올라오고.

◆ 박현우> 어떤 사람들은 좀 귀찮아요.

◇ 김현정> 귀찮을 정도입니까?

◆ 박현우> 왜 그러냐 하면 그냥 곡을 의뢰하는 게 아니고 내 목소리가 어떠냐. 평을 해달라고 막...

◇ 김현정> 나도 유산슬처럼 되겠느냐.

유산슬 (사진 제공=MBC)

◆ 박현우> 그런 사람도 있고.

◇ 김현정>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 질문은. 아무튼 귀찮을 정도로 많은 의뢰가 들어온다. 특이한 건요. 우리 박현우 작곡가님은 트로트 1곡을 정말 뚝딱 만들어내시더라고요. TV를 보면 합정역 5번 출구도 그냥 15분 만에 뚝딱. 어떻게 그게 가능하십니까?

◆ 박현우> 왜 그러냐 하면 작곡하는 사람들이, 내가 작곡하는 전국에 있는 청취자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렇게 되려고 하면 노력도 많이 해야 되겠지만 콜위분겐이라는 게 있어요. 콜위분겐.

◇ 김현정> 저는 잘 못 알아듣겠네요.

◆ 박현우> 성악 공부하는 사람들이 꼭 필수적으로 하는 콜위분겐이라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도레미파솔라시도 레미파솔라 도시라솔. 이 음계를 고스란히 습득하고 공부를 해야 돼요. 그런데 다른 피아노 같은 악기는 도를 딱 치면 도가 나오고 레 치면 나오고 기타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바이올린을 어릴 때부터 해서 바이올린을 갖다 하면 바이올린은 포지션이 없어요. 포지션이 없기 때문에 이게 손가락이 눈이 돼서 그 포지션을 살짝 하면 바이올린 할 때 이렇게 치면 다다다다다 이렇게 올라가는데 이게 지금 말하면 바이올린 하는 사람들이 귀가 밟아요.

◇ 김현정> 바이올린부터 시작하셨기 때문에 귀가 밟아서 뚝딱 화음을 가지고 찾아가는 작곡, 즉석 작곡이 가능하시다. 선생님, 지금 생방송이고 시간이 없고 그렇긴 하지만 뉴스쇼를 위한 어떤 짧은 로고송 같은 걸 하나 즉석에서 부탁드려도 되겠느냐고 저희가 들어오시기 정말 2분 전에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하셨다고요, 만드셨다고요? 2분 전에 만드셨다고요.

◆ 박현우> 그 자리에서 만들었죠.

◇ 김현정> 지금 잠깐 이 옆에 그랜드피아노 보이시죠, 선생님. 그 로고송을 저도 못 들어본. 2분 전에 만드신 로고송을 좀 직접 연주와 노래까지 가능하실까요?

◆ 박현우> 내가 가수는 아닌데 노래는 못하는데.

◇ 김현정> 못하는 건 감안하고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유튜브로 보시는 분들 보실 수 있고요. 레인보우로 들으시는 분들은 오른쪽의 모니터 버튼을 누르시면 우리 박현우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뉴스쇼 로고송 2분 동안 만드셨어요.

◆ 박현우> 예. 그런데 이게 지금 금방 작곡해가지고.

◇ 김현정> 2분 동안 작곡하신 거예요, 지금.

◆ 박현우> 올라갔다가 악보 보랴, 노래하랴, 가사 보랴 하니까 잘 안 되네요.

◇ 김현정> 지금 악보를 손으로 그리셨어요. 대단하십니다.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 박현우> 내가 음악하면서 작곡을 좋아하니까 이 작품이 남는다는 데서 기쁨이 있죠.

◇ 김현정> 감사합니다. 이게 사실 이런 즉석 부탁을 베테랑께 드리는 게 사실은 무례한 일일 수도 있는데 이걸 너무나 기쁘게 받아주시고 만들어주시고 감사합니다.

◆ 박현우> 무례한 게 아닙니다.

◇ 김현정> 너무너무 지금 저는 감동했습니다. 박현우 씨, 박토벤 만나고 있는데요. 트로트의 매력이 뭡니까, 선생님?

◆ 박현우> 트로트는 트로트의 매력은 약간 뭐랄까. 음률이 우리나라 트로트는 보통 마이너가 많고.

◇ 김현정> 마이너, 단조, 구슬프게.

◆ 박현우> 음율이 슬프고 우리 백의민족들이 좋아하는 가락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뭔가 우리의 한을 담은 이런 음색이 트로트니까. 요즘 다시 트로트 열풍이 붑니다. 유산슬과 박현우 커플도 굉장히 큰 역할을 했는데 유산슬 씨 매력은 뭔가요?

◆ 박현우> 유산슬이는 고음에 가서 비음이 있어요.

◇ 김현정> 비음이 있어요?

◆ 박현우> 비음이 매력이 있어요.

◇ 김현정> 유재석 씨의 매력은 비음. 점수를 주신다면 얼마나 가능한가요?

◆ 박현우> 점수를 준다면 지금 한 80점.

◇ 김현정> 80점 정도. 벌써 80점입니까?

◆ 박현우> 그래서 내가 저번에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왜 그러냐 하면 처음 시작한 거치고는 참 잘하는 거예요. 왜 그러냐면 가수가 1집을 내고 2집 내고 3집 내면서 한 번 녹음을 하면 굉장히 공부가 많이 되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되면 아주 완벽하게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서툴고 한데도 생각보다도 이번 녹음이 잘됐어요.

◇ 김현정> 비가수 중에 이번에 유재석 씨를 이렇게 키우면서 이런 사람도 키워보고 싶다 하는 그런 인물들도 보이나요?


◆ 박현우> 작곡가들의 욕심이 그렇죠.

◇ 김현정> 있죠, 욕심 있죠.

◆ 박현우> 내가 70년대 박우철 가수를 발굴해서 그때 천리 먼 길이라는 노래로 대히트를 쳤는데 기존에 있던 가수에게 노래 주는 것보다 새로운 신인을 탄생시키는 게 작곡가의 제일 기쁨이에요.

◇ 김현정> 신인 탄생의 순간을 보는 거. 그렇죠, 그럴 수 있죠.

◆ 박현우> 다른 사람이 다 길러놓은 사람이 내 곡을 부르는 것보다 내 곡으로 탄생하는 게 제일 기쁘죠.

◇ 김현정> 그렇죠. 누구를 좀 눈여겨 보세요, 그러면? 이 사람 좀 키워보고 싶다.

◆ 박현우> 지금 현역 가수로서는 눈여겨 보고 싶은 사람이 없고 신인 가수를 발굴하고 싶어요.


◇ 김현정> 사실은 지금 유튜브로 보시는 분들은 우리 박현우 작곡가님 나이가 잘 가늠이 안 되실 것 같은데 나이가 굉장히 비밀이라고 제가 들었어요.

◆ 박현우> 나 비밀인데 이제 경로증 나와서. 무임승차하는 게 아니고 정부에서 주는 걸 가지고.

◇ 김현정> 경로증 가지고 탈 정도 나이.

◆ 박현우> 경로증 가지고 탈 정도의 나이죠.

◇ 김현정> 그러면 여러분, 짐작이 되시죠. 굉장히 젊게 사신다는 느낌을 제가 받아요. 그래서 저희 뉴스쇼 청취자 중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분들 중에도 지금 시름에 빠져 계신 분도 있을 수 있고 이런 분들께 어떻게 하면 좀 활기차게 살 수 있는지 한마디 좀.

◆ 박현우>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야 돼요. 그리고 돈이 있다 해서 쥐고 있지 말고 나는 그래요. 나는 있으면 있는 대로 적게 쓰고 편한 대로 살아요. 내 편한 대로 살고 우리가 떠날 때 빈 손 아닙니까. 있을 때 써야지 모아놓고만 가만 있지 말고 자꾸 활용하고 써요. 그러면서 여가를 만들어가지고 놀러가고 이렇게 하셔야지 가만히 집 안에만 있으면 늙어요, 더 늙어.

◇ 김현정> 집에만 있으면 늙는다. 그리고 돈이 전부가 아니다. 편안하게 즐기면서 살아라.

◆ 박현우> 내 아는 분이 나보다 1살 많은데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 아들보고 그랬어요. 자네는 아버지같이 살지 마라.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알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안 살겠습니다. 그분은 보면 항상 자기 앉아서 365일을 그대로 앉아가지고 돈은 많이 벌어놓고 쓰지도 못하고 갔으니 얼마나 불쌍하냐고요. 아버지처럼 살지 말라고요. 우리 총무도 밖에 있는데 나를 보고 그래요. 돈을 쉽게 쓴다 그래요.

◇ 김현정> 돈을 쉽게 쓰신다고?

◆ 박현우>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발음이 안 좋아. 그래서 내가 말 못한다 하죠. 그래서 너무 낭비한다 그래서 보더니만 나를 보더니 하는 말이 참 인생을 멋지게 산다는 거야.

◇ 김현정> 멋지게. 선생님, 선생님. 제가 지금 잠깐 인터뷰 나눴습니다마는 이분 멋있는 분이다라는 느낌이 와요. 멋있는 어르신이다. 여기서 우리 그치지 말고 선생님, 유튜브로 아까 댓꿀쇼 로고송도 만들어주셨잖아요. 조금 더 그 인생 이야기, 노래 이야기 나눠도 괜찮으시죠. 조금 더 이어가겠습니다. 오늘 일단 고맙습니다.

◆ 박현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작곡가 박현우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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