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발랄한 콘텐츠로 무장한 장애인 유튜버들이 인기다. 이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장애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일상을 가감없이 공개한다.
영상들은 무겁거나 투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굴러라 구르님'은 영상에서 한쪽 손이 불편한 상태에서 화장하는 꿀팁을 대방출하고, 악플에 대처하는 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노래하는 민이'는 방에서 마이크를 대고 목청껏 노래하고, '위라클'은 여느 20~30대처럼 바베큐 파티를 즐기고 디저트를 먹으며 즐거워한다.
이들에게 유튜브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노래하는 민이'는 과거 악플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폐쇄한 적이 있고, 최근에도 '장애인 연기한다'는 댓글에 상처받는 일이 있었지만, "노래에 대한 평가만 해달라"고 따끔하게 말할 정도로 의연해졌다. '위라클'은 자신도 학창시절 장애 관련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며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의 삶을 알려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장애인 유튜버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관련 정책을 바꾸는데도 적극적이다.
시각장애인 1급 이현학 씨는 최근 패스트푸드점 무인주문 체험기를 직접 제작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에서 이 씨는 "수능을 찍는 마음으로" 무인주문기를 통한 주문에 도전하지만 이내 실패한다. "시각장애인은 주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 혼자서 햄버거를 시켜 먹기 힘든 세상이 됐지만 그래도 햄버거는 맛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전맹 시각장애인 박인범 씨는 정보기술(IT) 기기 리뷰 채널 '방구석 리뷰'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스마트폰을 리뷰했다. 박 씨는 아이폰에 탑재된 보이스오버 기능을 이용해 셀카를 찍고 채팅할 때 이모티콘도 보낸다.
그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많이 본다. 오디오 해설을 갖춘 넷플렉스 콘텐츠 빈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까지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에 함께 출연한 박준효 씨는 "정보격차에서 스마트폰이 많은 역할을 한다. 기술이 모두를 고려하지 않으면 차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접근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