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 부의가 5일 남은 가운데 '파란장미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민주당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공수처법 찬성 서약서를 요구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서약을 거부하면 보좌진에게 욕설 등 협박으로까지 이어져 당 차원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소속 보좌관은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르는데 검증도 없이 어떻게 서명을 하느냐"며 "동의한다고 말해도 서명해서 서약서를 보내라고 반(半) 협박조로 말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보다 못한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헌법기관인 우리가 그런 실체도 없는 자들에게 마치 상위기관에 제출하듯이 도장 찍어서 내는 게 맞냐"고 지적했다.
초·재선의원 일부가 서명을 중단해야 한다고 동조했고, 이미 서명한 중진의원도 이같은 지적에 공감하며 서명을 철회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특정 사안 찬반 관련 양식 작성 회신 혹은 공문 발송 요구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께서도 가급적 확인되지 않은, 공신력 없는 개인이나 유사단체 혹은 SNS 개인방송 등의 후원금 요구 등에는 유의하시라"고 당부했다.
이어 "다른 의원들과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신중히 파악 판단 및 유사 사례 방지 등 엄중히 대처하고 유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초선의원도 "보좌진들이 하도 시달렸는지 서명하자고 했지만, 국회의원 스스로 명예를 깎아먹는 짓"이라며 "개별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협박받는다고 직인을 찍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7일 기준 국회의원 91명 서명에 나섰고, 결국 민주당 핵심관계자가 나서서 자제를 요청했다.
공수처법 설치가 당론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굳이 찬성 서약서를 쓸 필요도 없으니,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면 해당 단체에 대응하지 말아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의 서약서 요구를 직접 민주주의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지만, 특정 지지층의 의견이 과대대표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해당 단체가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비문'·'반문' 딱지를 붙여가며 압박하고 있어 내부 갈등으로 문제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시민단체로서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과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건 다르다. 후자는 국민 의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의회는 대의민주주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