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천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박경림이 사회를 본 이날 행사에는 장영실 역 최민식, 세종 역 한석규, '천문'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참석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재주 좋은 관노인 장영실이 세종의 눈에 띄어 발탁되고, 물시계와 천체관측장비 등을 만든 공으로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 관직에 오르지만, 조정 대신들이 그의 '면천'(천민에서 벗어남)을 극렬히 반대하는 상황에 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 때문에 고비를 겪는 이야기까지 두루 나온다.
20년 만에 같은 작품에 나오게 된 소감을 묻자 최민식은 "엊그저께 본 것 같다"면서 "우리 석규, 한석규 씨… 아니 석규를 오랜만에 봤을 때 그냥 바로 옛날로 돌아갔다. '쉬리' 이전에 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민식은 "이야~ 이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우리가 그런 얘기도 했다. '그래도 딴 데 한눈 안 팔고 이 동네에서 어기적어기적 뒹굴다 보니까 다시 나이를 먹어 같이 만나서 작품을 하는구나!' 어떻게 보면 짠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낀다"라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동료들 다시 만나서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라고 밝혔다.
한석규는 보통 다른 영화 제작보고회를 앞두면 긴장되고 떨렸는데 오늘은 든든하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형님하고 저는 '연기'라는 같은 꿈을 20세 전후쯤에 꿨다. (다시 만나는데) 좀 오래 걸렸고, 제 바람이 있다면 또 근시일 내에 같은 작품에서 뵙고 싶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허진호 감독은 '천문' 시나리오를 아예 두 사람에게 동시에 줬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시나리오를 두 분께 동시에 드렸고, 두 분을 같이 만났다. 최민식 선배님하고는 오랫동안 작업해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고, 한석규 배우님하고는 왜 같이 작업 안 하냐는 말도 들었다. 저는 시나리오도 몇 번 드렸었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최민식-한석규' 두 사람에게 동시에 작품을 제안한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같이 하자고 해서 캐스팅되지 않았을까. 첫날 만나서 제 생각에는 6~7시간 정도 장영실과 세종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라고 기억했다.
한석규는 "세종과 장영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 천진난만했을 것 같다. 서로 잘 통하고"라며 "이 영화는 장영실이라는 분의 끝, 뒷이야기를 많이 다뤘다. 실록에 의하면 장영실에 대한 기록이 소리 없이 사라지니까. 제가 생각할 때 세종대왕님의 가장 친한 친구, 벗, 파트너, 동반자가 아마 장영실 님이 아니었을까"라고 전했다.
허 감독은 "동지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같은 꿈을 꿨던 그런 관계였는데 (장영실은)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진다"라며 "세종은 능력 있는 신하를 늘 중용하고 가지고 가는 왕이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장영실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같은 꿈을 꾸었고, 정말 가깝게 지냈던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어땠냐는 질문에 최민식은 "시나리오상에 디테일하게 묘사된 부분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상상의 영역도) 마구마구 표현해 보고 싶은 그런 욕구가 막! 그것도 우리 석규하고! '야~ 이거 괜찮겠다' 한 디테일 하시는 허진호 감독하고 하니까 훅 당기고 훅 올라오는 게 있더라"라고 밝혔다.
연기 호흡에 대해 한석규는 "좋았지, 뭐~ 좋았다.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한다는 게…"라며 "많은 부분을 정서적으로 공유한 분이다. 연기자로서 저한테 영향을 많이 준 분"이라고 답했다.
'천문'에는 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가 부서져 장영실이 벌을 받고 파직되는 일화가 나온다. 최민식은 "이 안여 사건은 역사적 팩트다. 저희는 그 팩트를 근거로 해서 이러이러하다는 가정하에 드라마를 만든 것"이라는 점을 먼저 짚었다.
최민식은 "세종이 타는 안여가 원래는 바퀴 못이 빠져 있어서 사전에 발견해내는 건데, (저희는 그걸) 토대로 해서 문헌에 기록 없이 죽게 된 장영실의…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라진 근거를 안여 사건을 통해 창작해 본 거다. 혹여 영화 속에서의 안여 사건을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받아들이시면 곤란하다"라고 부연했다.
허진호 감독은 "'천문'은 정말 좋은 배우들과 같이 작업했다. 여러분이 이 영화 보시면서 좋은 배우들 만나는 재미를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오는 12월 개봉할 예정이다. 최민식, 한석규,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오광록, 박성훈, 전여빈, 이중옥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