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취재진이 만난 석교2리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말도 마, 하천 전체가 시커먼 물로 뒤덮이고 붕어 떼들이 다 죽었다"고 혀를 끌끌 찼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신길자(67) 이장에 따르면 사건 발생은 지난 23일 저녁이다. 양돈농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신 이장은 당일 유난히 심한 악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있잖아요. 그 아스팔트가 물로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시커먼 물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거예요. 거품이 있는 시커먼 물... 얼마나 기가 막힌 지. 붕어 떼들은 다 죽어서 둥둥 떠다니고...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자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해주자며 불편함도 참아왔던 주민들은 분뇨 유출사고로 하천 전체가 시커먼 물로 뒤덮이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종범(81) 할아버지는 "지난 일요일에는 온 마을에 악취가 진동할 정도였는데 정말 살다 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그런데 정작 해당 양돈주는 '벌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여 황당할 뿐"이라고 분노했다.
심상집(70) 할아버지는 "양돈주는 직원의 실수라고만 할 뿐 정작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 지역에는 모두 나이가 많은 분들이 사시는데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시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양돈농가의 한 네팔 출신 직원이 기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분뇨가 배수로를 타고 주변 하천에 유입됐다.
강릉시는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양돈농가 소유주를 강릉경찰서에 지난 25일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석교2리 주민들은 해당 양돈농가가 분뇨를 무단 유출하는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주민들은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침을 세울 계획이다.
신길자 이장은 "양돈농가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주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고민할 예정이다"고 말했다.